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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배 먹는 맛’

기사승인 2021.11.26  22: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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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노(老)보이차 후기황인  겨우 17% 안심 품질에 뒷골 당겨

▶오랜 세월 인사불성 후기황인

차와 술은 생리적·정신적 효능이 딴판, 물과 기름이다. 그러나 차 중에는 술에 절어 고꾸라진 사람처럼 인사불성인 차가 있다. 후기황인이다. 세월이 ‘술 취하셨어요? 그만 일어나세요?’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후기황인은 1980년대 후반 생산품이다. 원조 황인은 50~60년대에 생산된 차이다. 차의 겉 포장지에 차(茶)자가 황색이라서 황인이다. 외형은 일반 병차보다 약간 두꺼운 편이다. 원료가 7542라서 그렇다. 7542는 차 분류 번호다. 75년도 배합 방식, 4등급 원료, 2번 차 공장에서 생산했다는 뜻이다. 차 공장 2번은 국가 소유였던 맹해다창을 말한다. 각기 다른 국영 차 공장에서 만든 차를 분류하기 위해, 여러 차 공장에 각기 다른 번호를 부여했다. 맹해차장은 2번을 부여받았다. 원료가 4등급이니 중등급이다.

7542 원료인 차를 황인으로 판매하는 예도 있다고 들었다. 오래 묵은 차 중에서, 인사불성 후기황인을 ‘가장 위험한 차’로 지목한 것은 속이는 염려 때문이 아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맛 때문이다. 김빠진 콜라, 김빠진 간장, 김빠진 맥주를 다 섞어 놓은 것 같은,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그저 갈색 액체였다. 심평 선생이란 직업도 보란 듯이 무력하게 날려주시던 황인. ‘돈이 억울해?’. 한 방에 날린 비용이 괜찮지 않아 꿈에서도 허우적거렸고, 가라앉는 꿈에 눈을 뜨면 목덜미가 굳었다. 

시간과 경제 가치(품질=맛)를 고려하지 않는 노보이차 연구, 즉 연구를 위한 연구는 보통 사람들에겐 자살골이다. 탐구에 순간 정신이 빠져 방심한 대가는, 발효에 저항하는 쓴 김장김치 씹는 맛이었다. 

▶단체로 맛 포기한 황인, ‘그저 한 잔의 액체!’

80년대 후기황인에서 안심 품질은 17% 좌우. 그래서 ‘가장 위험 차’이다. 한편 한 편 뜯어 마실 때마다 ‘이게 뭐야 엉?’. 강둑에서 미끄러져 강물로 쑤~욱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무늬는 노차요, 탕색은 비 맞은 소나무껍질, 맛은 ‘진흙물이야 뭐야?’.

비록 개념 없이 얼결에 탄생해, 차 역사의 큰 주류가 된 노차(숙차는 제외)는 역사의 굴곡진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그 시대의 품종과 가공이란 옷을 걸치고 있어 필요해 절반 정도는 날릴 각오까지 했지만, 20%도 채 못 건질 줄은 몰랐다. 강력접착제가 피부에 달라붙지 않게 부들부들 떨면서 조심하듯, 주의를 당부하는 노차 1순위는 후기황인. 

▶'내가 7542, 후기황인이다!', 맑은 배 맛은 원료의 맛

A군: ‘내가 바로 후기황인의 족보야’.
차선생: ‘내가 그나마 너 때문에 산다’.

A군은 17% 안에 드는 선택받은 차이다. 7542 원료의 특징을 잘 보유한 최고 그룹의 차이다. 7542 맛이란, 맑고 시원한 배의 맛이다. 냉장고에서 꺼내 껍질 벗긴 배의 흰 속살을 한 입 앙 베어 물었을 때의 맑고 시원한 맛. 아삭한 배를 씹어 먹은 후 입 안에 감도는 청상한 기분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른 가을의 아침 바람 같다. 혈관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경쾌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배보다 배꼽이 큰 차여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 동상을 참배하듯 A군은 제사용(관상용)이다. 어쩌다 차가 고플 때, 슬쩍 넘어다보면서 입맛을 다시기만 한다.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천장에 매달아 둔 자반을 반찬으로 ‘먹었다 치는’ 자린고비 같은. 

▶생도라지 삶은 물 vs 바람 든 무 삶은 물, '어디 가서 노차라고 자랑하지 마라!'

시인 김춘수 님은 〈꽃〉이라는 시(詩)에서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라고 했지만, 아래 B~C 그룹은 아무 의미가 없는 기호다. 그저 B, 그저 C, 그저 D. B라고 부르든가 말든가, C라고 하든가 말든가, D가 소인지 닭인지··· 한 모금을 마셔도 끙, 두 모금을 마시면 끙끙, 마시면 마실수록 끙끙 끙끙··· 아예 기호를 끙1, 끙2, 끙3으로 지을걸. 

차선생: ‘너는 생도라지 삶은 물!. 반찬이 되려다 만 거냐? 천식 잡는 약물이 되려다 만 거냐?’. 
B차: ‘차의 몰골이 아니라는 얘기로군 쩝’.

차선생: ‘하~ 너는 눈 가리고 마시면 바람든 무 삶은 물! 이라고 할 판이다. 어디 가서 보이차라고 하지 마라!. 그러고도 연기 꼬리 같은 매운맛(무의 독특한 쏘는 맛 성분)이 매력적이지 않냐고 뽐내니 더 기가 막힌다. 아무리 인삼보다 좋다는 가을 무라도 바람들면 끝 아니냐. 물 온도를 아무리 잘 맞춰도 보람이 없고, 세월도 민망하게 어찌 그리 꼼짝을 않는 거냐?. 있는 차를 없다 치고 살 수도 없고, 기다리는 게 참 징글징글하다. 좀 일어나 봐라~‘.
C차: ‘차 인생 30년은 새싹이지. 나 맛 일어나는 거 보려면 장수할 거야, 좀 더 기다려 봐~’.


시간의 속성은 변화다. 아무리 B, C 차가 인사불성이라도, 집을 나와 1년 내내 나돌아다닌 거리가 기껏 900m인 애완 거북이 정도씩 더딘 변화는 있다. 문제는 그 더디고 미세한 꼬물거림을 살아생전에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 얼마의 세월이 지나야 품질 안정권으로 들어올는지 말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발효 속도를 보니, 살아있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간당간당한 정도다. 

‘어디 가서 보이차라고 하지 마라!’. C차 때문에 금쪽같은 A군의 명예가 흐려질까 봐, 어금니 꽉 물고 단단히 주의를 시킨다.

▶병 주고 약 주는 차,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차선생: ‘아! 넌 또 뭐냐? 원래 이런 차 아니었잖니?. 삭은 고무장갑 질겅거린 맛이더니 어떻게 된 거야?. 병 주고 약 주는 캐릭터니?’.
D차: ‘고목에 꽃이 핀 거죠’
차선생: ‘이제 보이차가 되었어’
D차: ‘나 그냥 보이차 아니고 황인이에요 황인. 7542 후기황인’
차선생: ‘그래 이 맛이야. 술술 넘어가는 갈색 배즙 마시는 맛’
D차: ‘시간의 맛이죠’

환골탈태라고 할 만한 차가 된 D차를 마시는데, 입술이 움찔거려 찻물이 주르륵 샌다. 옷에 떨어져 얼룩이 져도 히죽히죽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6년 전에는 ‘바람 든 차’보다 못했었는데··· 6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차/선/생/차/태/공

한유미는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심평(차 품질 심사평가)을 배웠다. 이십년이 넘게 가공과 심평, 최초의 차 전문서적인 중국의 고전 <육우다경>과 우리 나라 초의의 다시인<동다송>을 가르치고 있다.

차선생 차태공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yonjudang

한 유 미_한국茶심평원 원장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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