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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이념과 교육기본법 개정 '논란'

기사승인 2021.07.06  22: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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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전신 문교부가 펴낸 '문교 개관' 1부 교육이념 (사진출처 :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지난 3월 24일 민형배 의원을 대표로 한 민주당 의원 11명은 '교육기본법'에서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삭제하고, "자유·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수정하여 '민주시민'을 강조한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개정안에 의하면, '홍익인간'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교육이념이라서 교육 지표로 작용하기 어렵고,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발의한 의원들은 촛불집회를 계기로 출범한 현 민주정부를 완성한다는 취지 하에 개정안을 낸 것인 데 큰 논란만 일으키고 개정안은 바로 철회되었다.

 '홍익인간'은 한민족의 최초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현행 대한민국의 최고 교육이념이다. 이는 인류의 양심을 대표한다는 종교들이 지향하는 인(仁), 사랑, 자비 와 같은 이타(利他)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에게는 민족정신의 뿌리이자 한국인 모두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상해 임시정부는 건국강령에 인류공영의 뜻을 가진 '홍익인간'과 천지(天地)의 이치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이화세계(理化世界)를 최고 공리(公理)로 명시하였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홍익인간' 이념이 단군사상과 더불어 민족독립운동의 이념적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이에 해방 이후에는 좌우대립을 넘어서는 최고의 교육이념으로 채택된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오면서 '홍익인간'이 한국의 정치와 교육을 규율하는 기조원리로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해방 이후 분단국가가 남북으로 장기간 대립하게 되자 민족공동체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약화되고, 분단체제의 지속성을 강화하려는 기득권 세력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국조 단군이나 '홍익인간' 이념과 같은 민족공동체에 관련된 상징과 사상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신앙의 절대성만 강조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 반민족적 시각을 가진 세계화론자, 분단체제하에 기득권을 누리는 지식인 등이 이와 관련하여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홍익인간' 이념의 삭제도 이러한 부정적 흐름이 일조(一助)를 했을 것이다.
 
 한편,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민족은 동북아시아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민족이 분단되어 있지만 우리에게 민족은 혈연공동체이자 역사공동체이며, 현재 국제정치사회에서 는 운명공동체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서구나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우리의 민족적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한국인의 교육이념은 분단국가만이 아니라 한민족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이념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헌법에서도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한 한국의 교육이념과 관련해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개정안의 "자유·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은 지극히 서구적인 개념이다. 이 개념들은 서구 시민혁명에서 발원된 것으로 근현대 서구사회를 구성하는 개념들이다. 우리가 이 개념들을 아무리 잘 갈무리한다고 하더라도 서구적인 정서와 역사성을 크게 비켜 갈 수는 없다. 지금도 설익은 민주시민사회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타자를 배제하는 지나친 개인주의나 경쟁만 부추기는 과도한 시장주의가 우리 사회를 물질만능의 비인간적인 경쟁사회로 치닫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이해관계로 형성되지 않은 가족과 종교, 그리고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와 역사, 지역, 민족과 같은 여러 공동체는 소리도 없이 해체되어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어도 동서가 화합하는 동서합덕(東西合徳)의 기조(基調) 정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교육이념을 꼭 서구적인 이념이나 개념만으로 설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둘째, 한국의 교육이념은 사회 정치적 평면만이 아니라 인간과 문화의 평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교육이념인 이상 개인의 인격도야를 우선하는 동양의 정신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간교육이 먼저이고 사회정치교육은 그다음이다. 현재도 우리 사회는 인간이 사라진 정치과잉사회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민주시민'이라는 인간 모델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한시적인 인간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시민사회'란 서구의 사회과학적 개념이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론에 더 가깝다. 따라서 개정안의 민주시민교육은 사회정치적인 교육이념 성향이 강할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 문화와 인간상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한국인의 교육이념은 한국적인 사상이면서도 인류 보편사상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교육이념은 미래를 대비한 다양한 재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종교나 사상이 차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개방과 포용, 조화를 모색할 수 있는 큰 이념이어야 한다. 그리고 한민족의 민족문화를 창달하면서도 인류 공영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이념 틀이어야 한다. 특히, 다양한 삶의 방식을 규제하는 특정한 형이상학에 기초하거나 특정 이념에 사로잡혀 한국문화를 획일화하거나 특정 문화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는 이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한국의 교육이념은 한국인의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담보하고 미래 한국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사상적 원천으로서 의미를 지녀야 한다. 오늘날 인류사회는 아직도 민족과 국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자신의 전통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은 보편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주의를 역사 현실에 구현하는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될 때 지역주의의 지평을 넘어 보편주의적 문화가 창달될 것이며, 한국의 교육은 더 이상 외래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 민족의 것이 될 것이다. 요컨대, 한국의 교육이념이 실천될 장은 결국 국가이고 민족이며 그 표현 문법은 전통문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표현내용은 보편적 이상이며, 메시지여야 한다.

 해방 이후 우리는 자주적 문화 창달의 면에서 우리 것에 대해 두 가지 잘못을 범해 왔다. 하나는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하찮다고 무시하는 비역사적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의 것을 무조건 추종하는 반역사적 태도다. 지금부터라도 방치된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21세기 문화강국의 자리를 더 굳건히 하려면 우리 것에 대한 비역사적 반역사적 태도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685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의 논문으로는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 〈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 《한국신종교와 개벽사상》 등이 있다. 그 외 편저서로는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책임편집),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책임편집),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책임편집)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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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_불교포커스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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