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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재개, 꿈과 해몽과 진의

기사승인 2021.06.28  17: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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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준비와 신호

하노이 노딜(2019.2)이후 장기표류 중인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준비가 한미동맹과 북한 양쪽에서 진행되고 있다.

먼저 한미동맹 측이 준비 완료를 선언했다. 

전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뒤집기에 나선 바이든 신정부가 과연 북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장고(長考)가 이어지자 우려와 기대가 엇갈렸지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5.21)은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명백히 한바 있다.  

싱가포르 북·미 합의(2018.6)와 판문점 남북공동선언(2018.4) 등 기존의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미국 국무부 성 김 동아태 부차관보를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은 대북협상 재개 준비완료의 중대한 메시지가 되었다.

북한의 협상재개 준비 움직임에도 시동이 걸렸다.

하노이 충격이후 대미협상에 대한 회의와 무력감 속에서 협상의 문을 닫아 걸었던 북한이 작년 말 이후 매우 분주한 내부정치일정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미흡하게 대처하며 재선 도전에 실패한 것은 북한에게는 하노이 충격을 새로운 차원에서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바이든 후보 당선이 최종확정(2020.12.14.)된 직후 북한은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2020.12.28-31)를 통해 7차 당대회(2016.5)에서 제시했던 5개년 경제개발전략 등 여러 부분의 국가전략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즉시 제8차 당대회(2021.1.5-12)를 열어 당규약 개정을 포함하는 대대적인 국가전략 재검토에 들어가더니, 연달아 3차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난국 타개를 위한 내부 정비와 결속을 다그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5년마다 개최하는 당대회 사이 기간 중에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지난 7기(2016.5-2020.12) 4년 반 동안 5번 개최되었는데, 올해는 반년 동안 벌써 3차례 개최할 정도로 북한의 내부정비는 매우 긴박하고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했고, 난국타개를 위한 당 지도부의 선서와 주민 생활안정을 위한 특별명령서를 발령하는 등 새로운 출발 준비가 끝났다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는 3차 전원회의(6.15-18)에서 미국의 새 정책방향을 상세히 분석했다며 향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전략 전술 대응과 활동방안을 설명하고 “대결과 대화에 모두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대결에 빈틈없이 준비하라면서 동시에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는 하노이 이후 대미대화 재개에 부정적이지 않은 첫 신호였다.

백악관 대변인이 언급(6.20)한 대로 ‘흥미로운 신호’임이 명백하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북·미 대화 재개의 접점 찾기  

백악관 대변인의 언급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이 짧은 담화(6.22)를 냈다. 당 전원회의가 천명한 북한의 대미입장을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한 것은 미국의 잘못된 기대이며 한마디로 ‘꿈보다 해몽’이라는 것이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도 짧은 담화(6.23)를 내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환영한다며 북한은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를 일축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김빼기 담화들은 북·미 대화 결렬의 책임공방이나 대미 비난을 일절 생략한 점에서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방향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무슨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첫째, 대미 관계 방향은 제시되었지만 구체적인 협상전략과 전술의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 즉, 협상 측면에서나 대내 설명 등의 내부 정지 작업에서나 북한의 대화국면 전환으로의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책임추궁을 의식해서 바텀업 방식의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실무진들의 이전보다 훨씬 조심하는 태도가 반영되었을 수 있다. 즉,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미국의 카드 존재 여부를 먼저 확인함으로써 협상에 나설 명분을 얻으려는 것이다.

셋째, 중국과 사전 협의를 통해 대미 협상 입지를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 중국의 공산당 창당 100주년(7.1)과 북중우호조약 60주년(7.11) 등을 앞두고 상호 고위급 접촉이 예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사유라면 북한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고 한미동맹 역시 대북압박 카드를 들추어내어 북한을 몰아붙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협상 개시 전 미국의 양보를 기대하며 버티겠다는 이중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기대이며 ‘꿈보다 해몽’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협상재개 상대가 트럼프 정부라면 몰라도 바이든 정부에게 하노이의 낭패를 만회하려고 협상재개를 위한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의 업적이라고 할 싱가포르 북미합의를 기초로 협상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이미 양보를 한 셈이다. 합당한 명분과 여건이 마련되었을 때 기회를 살려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규정한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대미 관계 개선이 중요한 관건이다. 협상이 지연되면 총비서가 강조한 ‘정세의 안정적 관리’는 물론 ‘난국타개를 위한 선서’나 ‘주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특별명령’도 꿈보다 해몽이라는 헛된 기대로 끝날 수 있다.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

협상 재개를 준비하면서, 또 협상을 진행하면서 항상 견지해야 할 중요한 태도의 하나는 상대에 대한 메시지가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30년간 북미 협상의 교훈이다.

협상에 임해서 자신의 카드를 먼저 상대에게 보여줄 수는 없겠으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보다는 서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협상카드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해야 한다. 한미동맹 쪽에서도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선거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특성상 대북정책이 수시로 뒤바뀔 수 있지만, 북한이 대미 관계나 대남 관계에서 감당하는 불투명성이나 비일관성을 우리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합의(이를테면 장기간 꾸준히 이행해야 할 약속을 담은 비핵화 합의와 같은 것)를 이룬 상대 정부가 다음 선거에서 지고 후임 정부가 그 약속을 뒤집는 일이 자주 생긴다면 북한도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진지하게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공동합의를 기초로 대북협상에 나서겠다고 결정한 것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협상 진행과 북한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인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우리도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주요 정당은 한미동맹이 합의한 대북정책 방향과 주요내용은 정치적 시비대상으로 삼지 않을 필요가 있으며, 정부도 향후 협상 과정에서 협치 정신을 바탕으로 상황을 공유하여 대북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 하지 않고 큰 틀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끝]

정토회 부설 평화연구원 평화재단 제 260 호 2021년 6월 26일 (토)

평화재단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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