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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의 진화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기사승인 2021.06.01  22: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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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공간의 확대, 전 방위 이슈의 파트너십 강화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질서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위상과 자리매김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 회담이 진행됐다. 결과를 놓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량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었음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미국은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배려했고, 한국은 새로이 형성되고 있는 국제질서에서 세계 10위권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로 외연을 확대하였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은 전 세계의 현안을 대부분 담아냈다. 7개 분야로 종합해 볼 수 있다. 첫째, 한미 동맹의 범위가 ‘한반도 안보’의 단일 이슈에서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 진화, 확대됐다. 한국의 군사역량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40여 년간 유지해 온 미사일 자율규제를 종료하고, 5월 27일 한국은 우주 탐사 협력에 관한 행동규범인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 10번째 참여국이 되었다. 역내 평화와 협력을 위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 간 연계 협력,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미얀마 사태 해결 등 역내 민주주의 증진 등에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둘째, 대북정책에서 외교와 대화에 기초한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한의 4.27 판문점 선언 및 북·미간 싱가포르 합의를 바탕으로 삼기로 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셋째, 한미관계가 안보동맹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동맹으로 진화하는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함을 확인했다. 반도체,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 향상에 협력하는 한편 신흥기술 분야인 차세대 배터리, 수소 에너지, CCS 등 청정에너지 분야와 AI, 5G 및 차세대 이동통신 6G, 양자, 바이오 등에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미 민간기업들은 상호투자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넷째, 미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미간 우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제3국 원전시장 진출 협력 및 국제 원자력 규범과 질서를 선도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사일 자율규제의 종료와 함께 ‘아르테미스(미국이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약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 자체의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 정밀 위치정보 제공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한미 원전업계의 강점을 결합하여 원전 공급망 구성을 촉진하고 해외 원전시장 공동 참여 등 원전 수출 실질 협력을 강화하게 되었다.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은 한국의 재처리 능력 및 핵연료 확보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디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섯째,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한국은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글로벌 보건 안보에 선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기술, 원부자재 공급능력과 한국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역량, 인적 자원, 품질 관리 수준 등 상호 강점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향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에 대응하는 한국의 백신개발 능력 제고가 기대된다. 또한 한국은 글로벌 보건안보구상(GHSA) 및 코백스 AMC 기여 확대 등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국제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여섯째, 기후변화가 현 시대의 대표적 위협과 도전과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2050년 탄소중립의 명확한 비전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상향을 제시했으며, 미국의 기후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한국의 P4G 정상회의 개최가 국제사회의 기후행동 강화에 기여할 것임을 확인했다. 또한 한국은 선진국의 개도국 기후금융 조성 목표 이행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국제 개발협력 확대를 통해 양국 간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와 한국 국제협력단(KOICA)은 보다 긴밀한 협력을 촉진하는 한편 양국의 미래세대간 인적 교류를 확대·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폭력을 규탄하고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대우도 강조했다.

성과를 이어가는 후속작업이 중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들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안들은 상호 연계성이 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견국가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의 실질적인 노력과 책임이 뒤따라야 그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 미국은 세계 리더 국가인 만큼 세계의 모든 이슈를 다룬다. 미국과 수평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우선 우리가 안보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시각과 범위를 전통적 군사안보에서 벗어나 확대된 안보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 확대된 안보는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인간안보, 기후안보, 보건안보, 경제안보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백신 스와프를 비롯해서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참여와 쿼드 참여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은 중견국의 지위에 상응하는 글로벌 차원의 기여를 확대해 왔지만, 이러한 사안들은 대체로 개별적으로 추진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러한 개별적 기여들을 융복합화 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 되기 위한 내부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44조원에 달하는 대미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강압에 떠밀린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인에 참여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시의성에 기초했을 것이다. 

  국가는 글로벌 현장에서 긴박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듣고 복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국가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는 안보실과 정책실을 한 몸과 같이 운영해야 한다. 외교안보부처는 물론 경제, 사회부처도 더욱 복합적이고 넓은 시야로 글로벌 중견국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의 수준을 격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군사안보분야는 근본적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사일 자율규제의 종료는 한국의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된다. 한반도의 주변국가들은 핵무기를 포함해서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 군사동맹이 미국의 해공군력과 한국의 육군력이 결합된 구조를 기본으로 했다면 향후에는 주변국의 군사력에 상응하는 독자적 능력을 갖추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국방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지만, 미래지향적 개혁을 과감하게 가미해 나가야 하며, 급격한 인구 감소를 감안한 첨단군으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인구 축소 대비와 청년의 미래 차원에서도 모병제 개선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번에는 한미 원자력 협정에 대한 논의는 없었지만, 해외 원전시장 공동협력 합의를 기반으로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및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진전된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우주항공 분야의 군사적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능력은 현재와 미래 군사안보 분야의 핵심이다. 주변국의 핵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한국이 핵능력을 보유할 수 없다면 이를 보완하는 강력한 사이버 안보능력을 갖춰가야 한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이어 가기 위해 무엇보다 경제적 능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국가의 재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다면 그 실행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한국이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 재정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경제의 파이 자체를 확대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민간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 강화는 우리의 경제 파이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첨단기술 개발 및 상용화는 물론 기업들의 경제활동 강화 및 독려를 위한 제도적 환경적 개선도 따라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공은 북한에 넘어갔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 재확보를 가장 힘주어 강조했다. 한미 동맹의 출발점과 근간은 여전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100여 일의 정책검토를 마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원을 기본으로 할 것임을 확인했다. 4.27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우려했던 부분, 즉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북·미간에 진행했던 모든 사안을 무시할 것이라는 우려는 해소됐다. 미국은 입장을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시간 공석이었던 한반도 특별대사도 임명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박지원 국정원장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북한을 다시 대화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북한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을 전달받은 북한 외무성은 현재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다각도’라는 것은 단지 미국이 전달한 내용은 물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및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과 언론 보도, 한미 군사훈련을 비롯한 일련의 언행, 전문가 분석 등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모두 끌어 모아서 관련 기관들이 함께 분석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되는 내용은 북한 각 기관의 판단 의견도 들어간다. 북한 기관들은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정은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북한의 반응은 김정은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어느 선에서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및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가 지난 5월 2일 나왔다. 두 담화 모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입장에 대한 거친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미 국무성 대변인의 미국 인권단체들 행사 관련 성명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담화는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것을 정치적 도발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는 4월 28일 바이든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직접 겨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의회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deterrence)를 통해 두 나라(이란과 북한)가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이란과 함께 북한을 한차례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 온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짓고, ‘외교’라는 것은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간판이며, ‘억제’란 북한의 핵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리는 큰 실수를 했으며, 북한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5월 13일자 조선신보 보도도 참조할 만하다. 일본 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은 북한의 이웃나라들에 대한 압박의 도수를 끌어올리고 국제적인 포위망 형성에 추종국가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으로 삼고 그 지도자들을 폭력배(thug)라고 지칭”한 바 있는데 대통령이 된 후 이들을 응징하려는 의도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는 쿼드(Quad) 정상회의로 드러났다고 했다. 또한 “북한은 노동당의 존엄사수와 국위제고, 국익수호를 외교의 제일사명으로 하며,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이렇듯 두 담화와 조선신보 보도내용을 보면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환경변화를 받아들여 서둘러 대화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은 공이 아직 미국의 코트에 있다고 주장할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면 향후 오랜 시간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 돌파전’과 ‘다시 고난의 행군을 택했다’고 한 것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자력갱생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월 27일 양이 중국 외교부장과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의 만남은 중국과 북한의 공동대응이었다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한미 동맹의 강화에 대응한 북한과 중국의 첫 번째 행동이었지만, 여전히 기회의 문은 북한에 열려 있다. 한국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확보하고 그 중심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영변과 경제제재 완화의 맞교환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첫발을 내딛으려 시도한 바 있다. 그 동력은 아직 유효하며, 북한도 절대 불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테이블에 앉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무래도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끝]

정토회 부설 평화연구원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 258 호  2021년 5월 31일 (월)

평화재단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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