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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진정한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기사승인 2020.10.18  17: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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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김정은 위원장의 눈물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 도중 김정은 위원장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연설 내내 김 위원장은 존칭을 사용해 인민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모일 수 있지만, 김정은식 감성정치의 개연성도 있다. 

 김 위원장의 눈물과 인민에 대한 미안함의 이면에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그리고 역대급 수해로 어려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는 코로나 19 방역과 자연재해 복구 이외에 그 어떤 경제적 성과도 언급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직접 기공식에 참석하여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까지 완공할 것을 철통같이 약속했고, 북한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보도되었던 평양종합병원의 완공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수차례 준공식이 연기된 원산 갈마해안관광단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의 첫 공개연설을 통해 “다시는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라고 함으로써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미 대선과 북·미 협상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 맞춰 우려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신형 잠수함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과 전략무기라는 용어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핵에 대한 언급도 단 한 차례만 사용했는데, 그것도 “적대 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 위협”이라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또한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람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다. 위력이 증대된 것으로 보이는 ICBM과 북극성4호(SLBM) 등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했지만 미국에 대한 공개적인 자극은 최대한 자제했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친분관계를 형성해왔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파격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상대로 유리하다. 따라서 금년 11월 3일 미국 대선 이전까지가 북한에게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시간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 감염으로 10월 깜짝 행사,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과 바이든 후보와의 협상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확인이라는 점과 동맹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성과도출이 시급한 김 위원장에게는 부담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고강도의 대미 도발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실패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현 시점에서 미국에 대한 자극은 김 위원장에게 실익이 크지 않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문제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바이든이 집권하게 되는 내년 1월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은 공중에 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지도 모르며 따라서 미국 내 여론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집권해도 청문회 등 일정상 외교안보라인의 구성에 몇 달이 소요될 것이며, 비핵화 협상팀을 꾸리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북극성4호의 발사 카드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비핵화 협상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의 신 정부를 자극할 경우 추가적 대북제재와 아울러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복합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두 손 맞잡기를 기대하는 남북관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대남 비난을 재개했으며, 올해 6월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 주도로 남북관계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추가 대남 군사행동을 만류함으로써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연장선에서9월 22일 북한군에 의해 발생한 서해 우리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대남통지문을 통해 “대단히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문서로 남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강도 높은 사과는 남북관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6월에 보여줬던 북한의 대남 공세는 남북관계의 파탄을 의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북·미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한국정부 역할에 대한 실망과 남쪽이 남북 정상간 합의를 불이행하고 외세의 눈치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 19 사태, 그리고 천문학적인 인적, 물적 피해를 초래한 금년 수해로 북한은 비상상황에 놓여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직후 함경북도 검덕을 방문해 수해복구를 위해 건설 중인 2,300세대의 살림집에 더해 향후 5년간 25,000 세대의 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덕지구의 수해피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10월 5일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선언한 것도 현재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며, 8차 당 대회가 개최되는 내년 1월 이전까지 수해복구가 주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이라는 표현과 아울러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언급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명분을 살리면서 경우에 따라 코로나 19사태 극복을 위한 협력의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가야할 길

 2021년 1월 개최 예정인 노동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정권은 물론 북한 체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수해복구도 벅찬 상황이며, 코로나 19사태의 여파와 대북제재국면을 감안하면 여건은 녹록치 않다.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 경제·핵병진노선을 채택해 마침내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 때부터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으로 전환했다. 2018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3월 중국방문으로 시작된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2019년 12월 말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새로운 길로 제시했지만 성과는 사실상 전무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대외교역과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연이은 태풍으로 북한 서해 곡창지대와 동해 광공업지역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외자유치를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경제개발구의 실적도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2021년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지금까지와 동일한 노선을 걷거나 다시 시대착오적인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선언할 경우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중국이 오늘날 G2국가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화를 촉진하고 외자를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길의 시작은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며, 과감한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이다.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벗어나 선남통미(先南通美)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북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이며, 공존공영의 남북 협력의 미래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남북 모두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노동당 제8차 대회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공통인식을 찾고 진정한 북한의 미래를 여는 입구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가동의 골든타임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장기 교착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이다. 미국 대선의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을 입구로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본격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전방위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10일 담화에서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가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과 9월에 각각 출간된 볼턴 전 안보보좌관과 밥 우드워드 기자의 회고록에 따르면 종전선언 채택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고려된 바 있다. 

 북·미간 종전선언이 도출될 경우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의 철회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따라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즉각적으로 초래하지는 않는다. 종전선언은 이미 사실상 종식된 과거의 전쟁을 선언적으로 끝내는 절차로서 불가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북·미간 종전선언 이후에도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는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단계가 남아있다. 

 미 대선 이전 종전선언을 입구로 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와 성과도출은 바이든 후보에게 열세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의 워싱턴 방문이 이루어질 경우 정치적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동급의 국제법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신속한 재개를 설득해야 한다. 

 바이든 후보 측과도 신뢰를 형성하고, 대선 이후 대북 특사 등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북한 문제의 방치는 한반도 핵 위기의 심화를 의미하며, 결국 미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통해 북한이 보내는 조용한 메시지는 ‘비핵화 협상의 지연은 북한 핵능력의 강화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11월 3일 대선에 모든 시선을 모으고 있으며, 북한 내부의 어려움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의 국내정치는 내년 봄부터 차기 대선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말까지 남은 시간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가동의 골든타임인 이유이다. 

 김 위원장이 당 창건 75주년 연설에서 협력의사를 보인 만큼 대북특사를 적절히 활용하고, 금년 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남북관계의 공고화는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동북아 국제정치 환경에서 우리의 자율성을 증대시켜 줄 것이다. 어느 편에 설 것이냐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당당하게 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당사자인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끝]

정토회 부설 평화연구원 평화진단 제 243 호 2020년 10월 17일 (토)

평화재단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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