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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을 제도화하자

기사승인 2020.03.19  21: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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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국가안보의 문제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흔들고 있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최초 발병자가 확인된 이후 아시아 인근 국가들로 확산됐고, 유럽과 미국 대륙을 강타하고 있다. 2020년 3월 11일 국제보건기구(WHO)는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 유행)‘을 선언했다. WHO가 설정한 유행병 및 감염병의 확산 6단계 중 마지막 단계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 각국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를 연결하는 교통편은 대부분 멈춰 섰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사라지고 사람 간의 접촉도 소원해졌다. 초·중·고등학교의 개학도 4월로 연기됐다. 확진자 미발생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조차도 4월 중순으로 개학을 연기했다는 소식이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서기는 일상화됐다. 집단 감염의 공포는 경제를 짓누른다. 공장들은 멈춰 서고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생활현장의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주식시장은 폭락을 이어갔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공포를 가중시킨다. 언제 끝날 지 막연한 기대만 할 뿐 세계는 지금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최전선인 병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의 위기 인식은 때늦어

  국가안보에 문제가 발생하면 위기다. 평소에 안보를 강조하는 이유는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의 범위를 넘어 이제는 인간안보로까지 확장됐다. 모든 영역에 안보를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를 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듯이 바이러스도 숙주를 이용해 끊임없이 변종을 생산해 낸다. 

  2003년 사스 사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이런 일이 대략 5~6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유행이 마무리되면 또 다른 변종의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매번 안심하고 있다가 막상 닥치면 허둥지둥한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정복할 수 없을 지 모르며, 이것은 유사한 감염병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세계적인 인류학자 제럴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저서에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는 모든 힘을 다해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위기 극복 이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훈을 체화(體化)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발병 사실을 감추려 했다. 사태가 커지자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이미 확산한 이후였다. 중국 당국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도 초기 대응에는 미온적이었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야 위기임을 인지한 것이다. 각 나라가 처한 정치적 상황이 위기를 인지하는 예지력을 무디게 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위기라고 인식하더라도 경제문제나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강력한 대처를 하기 어렵기도 하다. 위기가 커지면 경제문제나 국제관계는 후순위로 물러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위기의 확산은 불안과 공포, 무지로 인해 가중되곤 한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은 위기 초기에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위기의 와중에 냉정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는 더욱 어렵다. 불안과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 급하게 내려진 처방은 사태를 악화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대부분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배급제 실시 후 약국에는 ‘2미터 간격을 두고 줄을 서달라’는 글귀가 나붙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에는 어김없이 대략 2~30명이 줄 서 있는데 2미터씩 간격을 두게 되면 거의 100미터의 줄로 늘어서게 되니 붙어서 줄을 선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와중에 집단 감염의 두려움을 느끼고, 두 개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한 개의 마스크를 소비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영업자를 무너뜨리고, 공장을 멈춰 세운다. 세계적으로 이어진 경제 가치사슬이 일시에 끊어진다. 바이러스의 공포는 경제 붕괴의 공포로 이어진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제위기는 금융위기라는 특정 부문의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닥친 경제위기는 실물과 금융에 함께 작용하는 전신마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러스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채 경제위기의 공포까지 가중되었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주가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가짜뉴스는 잘못된 거짓정보를 양산하고 정신적으로 집단감염을 야기해 사람 간의 불신을 가중시킨다. 

  이번 사태가 수습되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고, 경제 불안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말로는 교훈을 새기자고 하지만 이미 사회적 관심은 논공행상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감염병의 공포는 재연될 것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자 - 코로나19 사태와 3가지 과제

  세계와 국가와 개인이 방역과 치유의 전쟁 중인데 포스트 팬데믹을 말하기는 이른 듯하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적어도 세 가지 정도는 반드시 실행했으면 한다. 

  첫째로 감염병 위기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자. 감염병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언제든 찾아온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해결된 이후, 코로나19의 발생에서 확산, 진정 등 일련의 과정과 대응을 담은 '코로나19 백서'(가칭)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교훈을 찾아내고 정리하여 국가 매뉴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 매뉴얼에 따른 강제적 요인들은 법규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위기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감염병 확산의 위기를 인지하고 모든 힘을 방역에 집중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전문가 집단에 전권을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감염병은 끊임없이 변종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여, 국가 매뉴얼은 코로나19의 대응 차원을 넘어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책을 담아야 한다. 

  둘째로 위기 대응 훈련을 주기적으로 하자. 아무리 좋은 매뉴얼이 있어도 체화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국가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군대를 유지한다. 전통 안보를 위해 군인들은 실전에 대비한 훈련을 지속한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를 전쟁에 대비도 하고 훈련 자체가 전쟁을 억제하기도 한다. 비전통안보, 인간안보를 위해서도 민방위훈련과 같이 국가기관을 컨트롤타워로 하고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는 훈련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들의 손 씻기, 많은 사람이 모일 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행동 등 개인안보 지키기를 생활화하는 사회운동을 전개하자. 코로나19로 사람들 개개인의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독감 발병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책은 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기저질환이 있는 확진자들의 높은 사망률이 이를 대변한다. 국가경제도 다를 바 없다. 허약해진 경제에 치료약이 없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백약이 무효하다. 평소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상황의 경제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역시 주기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셋째는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WHO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가 간 입국제한 등은 감정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한 사회에 나타난 현상이 지구촌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구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 생태 문제 등 전 지구적 사안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역시 국가를 초월해서 전 인류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국가 단위에서의 대응에 비해 국제적 연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UN과 세계기구들이 존재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하는 몇몇 강대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기존 조직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연대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지역단위의 협력 방안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북아 역내 3국의 바이러스 안보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한·중·일 3국은 인적 교류 및 역내 교역 규모가 비할 바 없이 커졌음은 물론 상호 간 산업적 가치사슬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장 많은 임상 사례와 전혀 다른 방식의 대처 방안을 보인 한·중·일 3국의 경험은 나눌수록 가치는 커진다. 언제 시작될 지도,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한·중·일 3국의 협력은 국제사회 협력의 귀감이 될 것이다. 한·중·일 협력체계가 구축된 뒤에는 북한과 몽골을 추가로 참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 단위의 협력이 시간이 걸린다면 동북아 국가들의 시민사회단체들이라도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하고 침잠해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진정세를 확인하기까지는 멀어 보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이번 사태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면서 성숙한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제도와 의식 등을 말끔히 털어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로 꼬여진 국가정책 상의 부분들을 신속하게 바로 펴야 한다. 안보의 영역을 재검토하는 한편, 대외정책과 대북정책도 새롭게 추스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계에 부딪친 글로벌 경제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것도 우리 몫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이내미즘을 다시 살린다면 이번 사태는 독이 아니라 보약이 될 수 있다. 모름지기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볼 일이다.(끝)

정토회 부설 평화연구원 평화진단 제 229 호  2020년 3월 19일 (목)

평화재단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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