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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연암현해 스님 회고록

기사승인 2020.03.10  15: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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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현해 대종사의 삶과 수행의 발자취

오대산 노송, 연암현해 스님 지음, 신국판(152X225) 양장, 416쪽, 민족사

“나는 보배보다 값진 그 마음을 알고 싶었다.”

스물네 살의 청년이 무작정 월정사를 찾았다. 전쟁 이후 혼돈의 시대에 머리를 깎고 수행자가 되었다. 지난한 세월 속에 청년은 어느덧 구순을 바라보는 노승이 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오대산 월정사 회주 연암현해 대종사. 한국불교의 산 역사이자 대표적 학승으로 종단을 떠받치고 있는 현해 대종사의 삶과 수행의 시간은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스스로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초인(超人)의 길이 어떠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돌아보니 자신이 마치 구부러진 오대산의 병든 노송(老松)과 같아서 타인들에게 그늘이나 좋은 쉼터를 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하지만 누구나 알게 되듯이 무수한 비바람에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무수한 노송들의 그 힘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불교는 거대한 숲이 될 수 있었다. 누구에게라도 조금의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의 언약을 지키며 살아온 오대산 노송의 나이테 속에서 부처님이 전하신 진리의 법문이 감동으로 파고든다.

거목은 하룻밤에 크지 않는다

동국대학교 이사장과 조계종 종회의원, 2007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및 대종사로 추대되었다. 《법화경요품강의》를 펴냈으며, 2006년에는 산스크리트본, 한문번역본, 영문번역본, 한글번역본 등 4개 국어 대조본 《묘법연화경》을 3권으로 완간했다. 와세다 대학·다이쇼 대학에서 동양철학과 천태학을 연구했으며 2004년 미국 LA 서래대학과 일본 대정대학에서 각각 명예 불교교육학박사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학승으로 칭송받으며 후학들이 수행하고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들을 수 있도록 수많은 불사를 이뤄냈다. 그렇게 한국불교의 거대한 숲이 되기까지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단 한순간도 ‘불제자의 길’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현해 스님의 올곧은 기상은 깊은 감동을 넘어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제1장 기독교 집안에서 피어난 법연(法緣)의 꽃’은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이다. 해방 이전의 어려운 생활상과 가족들의 이야기, 또한 학교 진학의 어려움과 공부에 대한 열망,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하는 청년기의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제2장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하다’는 은사 희찬 스님을 만나 출가하여 수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경전을 읽으며 수행 정진하였으며, 돈과 명예와 권력에 초극한 대자유의 삶을 살았다고 회고한다. 한국전쟁 때 오대산 상원암을 지켜낸 한암 스님의 삶은 현해 스님이 수행하는 데 지남이 되었다고 한다. 

‘제3장 만행과 운수 행각의 길’에서 흥복사 주지 직무대행을 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비구-대처의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불사를 일으켰으며, 절도와 강도 사건을 만난 이야기와 더불어 인근 초등학교 교장과의 마찰 등의 이야기가 있다.

‘제4장 동국대 종비생 1기, 희망의 꽃을 품다’는 청년기 공부에 대한 열망은 출가 뒤에도 이어졌고 다시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종비생(宗費生, 종단이 부담하는 학비로 공부하는 조계종 스님) 제도가 생겨 제1기 종비생으로 동국대학교에 입학한 뒤 종비생들이 중심이 되어 불교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이야기도 있다. 대학 다니는 승려는 환속 준비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딛고 묵묵히 학업에 정진하는 모습과 동국대학교 재학 승려들을 모아 ‘석림회’를 창립하고 정진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제5장 나의 스승 나의 은사’에서는 은사 희찬 스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과 수행의 길잡이가 되었던 범룡 스님, 석주 스님, 청담 스님, 벽안 스님 등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벽안 스님의 휘호 ‘고해보벌(苦海寶筏,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보배로운 배)’은 일본 유학길에 오른 현해 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벽안 스님이 김포공항에 직접 나와 격려하며 전해주었다고 했는데 평생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제6장 만학도, 현해탄을 건너다’에서는 일본 유학 생활의 면면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를 소개하며 일본 학계에서 검소함과 치밀함을 배웠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 유학 생활은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현해 스님은 평가한다. 

‘제7장 회향, 수행자로 사는 법’에서는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들어선 직후 중앙승가대학 부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와 10·27법난의 아픔 등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더불어 월정사 주지,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느낀 수행자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가르침이 담겨 있다. 

‘제8장 낙엽귀근(落葉歸根), 돌아갈 자리를 생각하며’는 조계종의 어른으로서 청정승가의 수행 가풍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조계종 종통관(宗統觀)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며 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 법계 품수를 받은 이후 불교계 원로로서 한국불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월정사와의 법연으로 입은 무량한 은혜를 회고한다.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지나온 시간을 담담하게 전하는 현해 스님의 말씀은 때로는 박장대소로 때로는 눈물로 읽힌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한국불교 역사를 보는 시간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불교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일 수 있다. 현재 자신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에 따라 현해 스님의 이야기는 다른 깊이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지금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충실히 보내고 있는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가? 현해 스님의 이야기는 나를 비춰주는 밝은 거울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땅과 나무에게 꼭 필요한 거름이 된다. 현해 스님의 이야기에 녹아 있는 노송들의 가르침은 이후 한국불교를 튼튼하게 키우는 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곁에 남아 두고두고 깨달음의 길잡이가 될 소중한 법문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 연암현해(然庵玄海) 스님

연암현해 스님 (사진출처 : 민족사)

스님은 1935년 경남 울산에서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1958년 월정사에서 만화희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0년 탄허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6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64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종비생 1기로 입학해 1968년에 졸업하였으며, 1973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초청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고마자와대 박사과정을 마치고 와세다대, 다이쇼대에서 동양철학과 천태학을 공부한 후 귀국,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오랫동안 《법화경》을 강의했다. 1992년부터 2004년 1월까지 월정사 주지 소임을 맡았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학교법인 동국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조계종 제3・7・10대 종회의원을 지냈으며, 2007년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및 대종사로 추대되었다. 1996년 《법화경요품강의》를 펴냈으며, 2006년에는 산스크리트본, 한문번역본, 영문번역본, 한글번역본 등 4개 국어 대조본 《묘법연화경》을 3권으로 완간했다. 

현재 (재)불교문화진흥조계종 성찬회 이사장, 월정사 및 법종사 회주로서 월정사 서울포교원 법종사에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법문집 《아프니까 더 살 만한 세상》 등이 있다. 

민족사_불교포커스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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