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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으시지요, 생명들이여

기사승인 2019.09.06  18: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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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령의 책잡히다 시즌2 [3부] 윤구병의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호미출판사)

변산에서 공동체를 꾸리며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윤구병 선생님의 책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오디오 팟캐스트 바로듣기]

책을 읽다가 제 마음이 찡하게 울렸던 부분입니다.

내가 둥지 틀고 사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산 속에
달이 밝게 뜨는 암자가 있는데,
어느 날 거기 사시는 어린 스님 한 분이 내려오셨다.

밑에 깔고 그 위에 호박이나 감을 깎아 널어 말릴 
청정한 볏짚 몇 단 얻을 수 있을까 하여 내려온 스님을 꼬여
바쁜 일손을 거들게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러 날 동안 붙들어 두었으니
절에서는 난리가 났으리라.
고작 볏짚 몇 단 선뜻 들려 보내지 못하고
볏짚 한 단이 하루 일품이라니,
그런 도둑놈 심보가 어디 있느냐.

나중에는 걱정이 되셨는지
스님 몇 분이 길 잃은 이 어린 스님을 찾아 산길을 내려오셨다.

“마음 놓으시지요(放下着). 이 스님은 지금 자비행을 하고 계십니다.”
내일이면 결제에 들어가 용맹정진을 해야 한다는 스님 붙들고
내가 마음으로 되뇌인 말이다.
“마음 놓으시지요.”

부처님께서도 마음을 놓으십시오.
슬픔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마음 놓으시기는 쉽지 않으리다.
그러나 여기 중생이 이리 많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그냥 마음 턱 놓으시지요.
하늘 같이 너른 마음, 마음 깊이 스민 하늘,
그 큰 하늘에 가득한 슬픔 다 오롯이 간직하시되,
기꺼이 놓아버리시지요.

두 손 모아 빌었다.
일하라고 빚어주신 이 거친 손을 잠깐 거두고서.(44~45쪽)

아무리 헐한 볏짚 몇 단이라고 해도
삶에서 쓰임새가 있다면 헐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이 글.
곱디고운 섬섬옥수로는
전쟁터 같은 이 현실에서나
치열한 수행도량에서나 끝까지 해낼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세상이 이리저리 서로 이어져 있고
그 속에서 마음 놓고 저 자신을 맡겨놓으면
세상은 그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길 것이니
행여 괜한 걱정에 사로잡혀
세상의 일에서 스스로를 거두지 말고
마음 푹 놓고 기꺼이 두 손 두 발 첨벙! 하고
세속에 뛰어들라는 말이겠습니다.

철학자이자 농부인 저자가 
부처의 시선과 숨결을 따라서 바라본 이 세상이야기 29편을 모은
<아픈데 마음 간다는 그 말>에는 
‘윤구병이 곱씹은 불교’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불교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리하지만, 
툭툭 뱉어내고 써내려가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해학이 넘치면서도 중생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합니다.

모처럼 흙냄새,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진솔한 불교에세이를 풀어낸 저자, 
그 세 번째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죠.

이미령 cittalmr@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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