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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거룩한 스님’ 아닌 ‘청정한 승가’

기사승인 2019.05.31  11: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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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_‘한국불교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삼귀의 중에서 ’귀의승‘의 변역에 대한 문제입니다. 조계종에서는 ‘상감 사라남 가차미’를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율장에서 정의되는 ‘승가’의 의미와 경에서 나타나는 ‘승가’의 용례에 비추어 보면 여러모로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첫째 이미 비구(bhiu)나 비구니(bhikkuni)를 스님 혹은 스님들이라고 번역되고 있습니다. 경에는 ‘비구승가에 귀의 합니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타나는데 승가가 ‘스님들’이라면 ‘스님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동어반복이 됩니다. ’스님들‘은 비구(bhiu)나 비구니(bhikkuni)를 번역어이지 상가의 번역어가 될 수 없습니다.

둘째 경에서 재가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귀의할 때는 '거룩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있지 않고 그냥 ‘부처님과 담마와 비구승가에 귀의 합니다’라고 표현됩니다. '거룩한'이라는 형용사는 불필요합니다. ‘거룩한’이라는 형용사 때문에 귀의승에서 ‘거룩한 승가’라는 의미가 되어 마치 일반승가에는 귀의하지 않고 성승가(聖僧伽)가에만 귀의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하는 것이므로' 한글 번역이 문제가 없다는 변명으로 사용 되고 있습니다.

셋째 ‘스님들’이라는 복수는 2인 이상의 스님들을 의미하는데 승가는 최소한 4인 이상이어야 승가라 할 수 있습니다. 2~3의 스님들 모임은 승가라고 할 수 없고 자자포살등 여법한 갈마를 할 수 가 없습니다.

넷째 웰라마 경(A9:20)에서 부처님은 같은 공양물이라도 대상에 따라 공양공덕이 달라짐을 설명하면서 ‘승가’에 보시하는 것이 아라한이나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보다 공덕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자여, 견해를 구족한 한 사람을 공양한다면, 이것은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장자여, 견해를 구족한 백 명의 사람들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일래자를 공양한다면, 이것이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장자여, 백 명의 일래자를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불환자를 공양한다면 … 백 명의 불환자를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아라한을 공양한다면 … 백 명의 아라한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벽지불을 공양한다면 … 백 명의 벽지불을 공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여래ㆍ아라한ㆍ정등각을 공양한다면 …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비구승가를 공양한다면 … 사방승가를 위하여 승원을 짓는다면 … 이것이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이 있다.”

이 경에서 보듯이 백 명의 일래자, 백 명의 불환자, 백 명의 아라한이 라는 표현이 곧 승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마치 자동차 부품이 모여있다고 ‘자동차’라는 이름을 얻을 수 없듯이 백명이 모여 있다고 해서 승가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방승가나 현전승가처럼 승가는 언제나 공동체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그 공동체성 때문에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나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보다 승가에 공양하는 것이 공덕이 큰 것입니다. 선배스님들도 '귀의승중중존(歸依僧衆中尊)'이라고 번역하여 대중 가운데서 가장 존중받는 대중(무리)라고 공동체의 의미를 살렸습니다.

다섯째 나무장수 경(A6:59)에서 부처님은 개인비구에게 보시하기보다는 승가에 보시 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에게 보시했을 경우 혹은 몇몇스님들에게 보시했을 경우 그 비구들이 계율을 잘 지키지 않고 비난받을 짓을 하게 되면 보시한 것을 후회하고 스님들을 원망하게 됩니다. 개인에게 보시하지 말고 승가에 보시하십시요”라고 권유합니다. 승가에 보시한다면 그 시주물은 공공물이 되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에 공덕이 큰 것입니다. 승가를 단순히 '스님들'로 해석한다면 '스님들'이 병들고 죽으면 승가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승가는 단순히 ‘스님들’이라는 복수의 개념이 아니라 비구승가, 비구니승가처럼 자자 포살 갈마등이 이루어지는 공동체입니다.

여섯째 열반경에서 부처님은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당부합니다. “비구들이여,어느 한 비구라도 부처나 법이나 승가나 도나 도닦음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흔란이 있으면 지금 물어라. 비구들이여,그대들은 ‘우리의 스승은 면전에 계셨다. 그러나 우리는 세존의 면전에서 제대로 여쭈어 보지 못했다.’라고 나중에 자책하는 자가 되지 말라"

만일 승가가 '스님들'이라면 부처님은 "스님들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물어라"라고 말한 격이 되는데 이러한 물음은 적절치 않습니다. 부처님이 승가에 대해서 물으라고 한 것은 그동안 부처님이 제정한 승가의 운영방법 즉, 포살, 자자, 수계갈마, 필수품을 구하는 법, 탁발하는 법, 객스님의 권리와 의무,은사스님을 모시는 법등에 대해서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물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승가는 ‘스님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승가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규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학생들'과 '학교'라는 표현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학생들'이라는 것은 여행을 다니는 '학생들'일 경우도 있고 식당에서 만난 '학생들'일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라는 말에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선생님들, 건물, 운동장, 수업시간표, 생활기록부, 기말고사, 방학, 교훈, 급훈등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곱째 어느날 왕사성에 사는 재가자는 스님들이 밤새도록 수행하다가 아침에 이슬을 맞으며 나무 밑에나 동굴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스님들이 이슬을 맞지 않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60개의 정사(꾸띠)를 지어 스님들께 보시하고자 했습니다. 

막상 그 정사를 스님들에게 보시하려고 했을 때 부처님은 “그 60개의 정사는 현재와 미래의 사방승가(四方僧伽)에 보시하십시요”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의 이 말씀 이후로 현재까지 모든 승원과 수행처소들은 사방승가에 보시되어 왔습니다. 그 말은 수행자를 위해 지은 정사들은 지금 여기에 스님들뿐아니라 미래에 출가할 수행자들도 사용하도록 해야한다는 말씀이고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수행자들도 방문하고 머물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은 미래의 수행자들과 불자들이 사찰에 와서 불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정법이 영원히 유지될 수 있도록 사찰을 공유물로 만드셨습니다. 사찰이 모든 이 들에게 열려 있어야하고 승가가 치지고 힘든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깊은 뜻을 가진 ‘승가’를 ‘스님들’로 번역해서야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에 불교가 전해진지 1600년이 넘었는데도 가장 기초적인 승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스님들'이라고 변역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부끄러움을 넘어서 스님들이 승가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속과 마찬가지로 승가에서도 이익이 되는 곳을 쫓아 줄서기하고 경쟁하는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가게 하고있습니다. 

청정승가를 복원하는 첫걸음이 ‘귀의승’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귀의승을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번역하다보니 재가자들이 스님들을 조금만 비판해도 종단에서는 삼보를 비난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승려복지기금으로 사용되어야 할 감로수 판매수입이 다른곳으로 빠져나가게 한 자승스님을 고발한 조계종노조를 ‘삼보를 비방했고 종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개인의 비리를 고발하여 승단의 손해를 막아보려는 행위는 칭찬을 들어야 함에도 이들을 징계한 것은 조계종 인사위원회에 속한 스님들이 삼보와 승가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반증입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번역이 스님들 스스를 승보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권위적이게 만들고 재가자들의 비판을 용납하지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법정스님이 일찍이 제안하셨던 삼귀의를 제안합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위없는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청정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원문보기_한국불교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들

 

비구 허정_ 전 천장사주지 whoa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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