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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분쟁, 재가자가 해결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9.05.14  09: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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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허정스님의 부처님을 따라 거닐며__23

현대인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이유는 동물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동물에게서 위안을 받기 위함이다. 사랑을 주면 준만치 되돌려 주는 게 동물이니까. 사람은 그렇치 않다는게 사람들의 평가다.

부처님도 동물들과 함께 지낸적이 있다. 부처님이 동물들을 돌 본 것이 아니라 코끼리와 원숭이 같은 동물들이 부처님을 시봉하였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꼬삼비 고시따아라마에 머물던 스님들간의 분쟁에서 비롯된다. 부처님은 분쟁하는 고시따아라마 스님들을 피해서 꼬삼비에서 멀지않은 숲으로 가셨고 그곳에서 여름안거를 보내셨다.

스님들이 다투게 된 사건의 발단은 사소했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통에 물을 버리지 않은 강사스님을 보고 율사스님이 “물을 비유지 않으면 계율에 어긋납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면 계율을 파했다고 볼 수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율사 스님은 제자들에게 “강사스님은 자신의 행위가 계를 파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더라”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율사스님의 제자들은 강사스님 제자들에게 “너희 스님은 사소한 계율도 모른다”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강사스님은 “그때는 계를 파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니 이제는 파한 것이라고 말을 하니 율사야 말로 거짓말쟁이다”라고 분개했다.

이렇게 가고 오는 말들이 살이 붙어서 스승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제자들 간에는 비난이 지속되었다. 여기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일이었다. 그런데 율사스님을 따르는 대중은 대중공사를 통해서 강사스님에게 징계를 내렸다. 개인들의 다툼이 이제 징계를 내린쪽과 징계가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쪽의 분쟁이 된 것이다. 강사스님을 따르는 스님들 다수가 대중공사에 참석하지 못하여 대중공사의 적법성까지 문제가 되니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서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빠릴레야산 원경
빠릴레야 나무

데와닷따가 승가분열을 일으킨 것은 개인의 욕망과 명예욕 때문이었지만 꼬삼비 분쟁은 강사와 율사스님의 자존심 싸움이었고 잘못된 대중공사가 갈등을 심화시켰다. 이렇게 대중공사를 통해 징계가 이루어진 상황이었기에 부처님의 충고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것은 저희들의 일입니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부처님은 관여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게 되었다.

문제는 뜻밖의 상황에서 해결된다.
처음에는 재가자들도 강사쪽을 지지하는 쪽과 율사쪽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처님을 보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부처님이 다시 돌아오시기까지는 분쟁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스님들은 공양을 다시 얻으려면 부처님을 모셔와야 했고 부처님을 모셔오려면 누가 정당한 주장을 하고 있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당장 싸움을 그만 두어야했다. 부처님이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던 스님들이 재가자들의 공양거부에 손을 든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과 야무나강
정상을 오를때 만나는 2번째 동굴

이 사건이 현재 우리종단에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그러나 오늘날의 승가분쟁이 재가자들에 의해 해결되기 어렵다. 재가자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부처님과 같은 분이 없기 때문이고 스님들에게 공양거부를 한다고 해서 스님들이 굶어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종단은 1600년의 역사속에서 이룩된 막대한 승가의 재산이 있으며 승려 개인들은 사유재산을 향유하고 있다. 더욱이 돈을 가진 사람이 종단을 장악하고 그 권력으로 다시 재산을 모으는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종단과 사찰이 사유화 되었다. 그러므로 재가자들은 공양거부 대신에 언론에 승가의 잘못을 비판하는 정도에 머물 뿐이다. 권력과 재산을 가지게 된 스님들은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지 않는 한 종단이 망하든 불자가 떠나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종단은 자신들의 사업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단의 상황에서 부처님이 승가를 피해서 안거하셨던 빠릴레야 숲을 찾아간다. 빠릴레야 숲은 코끼리와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밀림이었다. 스리랑카템플의 주지스님이 빠릴레야 숲을 안내해 주기로 하였으나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사찰에서 일하는 인도인이 안내를 하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보니 코삼비에서 서쪽으로 15km떨어져 있는 우뚝 솟은 바위산이 나타났다. 마을을 통과하여 계단을 따라 오르니 넓은 마당에 자이나교 템플이 나타났다. 정상에 오르는 중간에 커다란 동굴이 2개가 보였는데 동굴에 앉아있으니 다른 세상에 온 듯 시원하다. 필시 부처님이 이곳에서 머무셨을 것이다. 목욕하기 좋은 강이 가까이에 있고 수행하기 좋은 동굴도 있으니 수행자가 머무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동굴아래에 있는 시원은 자이나교 사원이고 서쪽 강쪽에 있는 산은 흰두교 사원이다. 불교의 성지는 사라지고 다른 종교인들의 성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에 의해서 산 이름도 쁘라바스(Prabhash)산으로 바뀌었다. 그마나 위안이 되는 것은 야무나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 정상에는 탑이 있었던 흔적이 보이고 정상의 중앙에는 근처의 탑에서 출토된 머리가 없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불상주위에는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불교기가 펄럭인다. 돌아오는 길에 자그마한 봉분앞에 오토바이가 섰다. 안거를 마치고 사왓띠로 떠나는 부처님을 배웅하던 코끼리가 여기까지 배웅하였고 부처님을 그러워하다가 슬픔에 겨워 죽은 곳이라고 했다. 새삼 2600년전의 코끼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부처님이 빠릴레야숲에 머무는 동안 코끼리와 원숭이가 시봉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코끼리가 얼마나 영리했던지 불을 피워 돌을 구운 다음에 그 돌을 물에 넣어 목욕하기 좋은 온도로 만들어 부처님께 목욕하기를 권했다고 한다. 부처님이 코끼리에게 그 몸으로는 선정을 닦을 수 없고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다고 타이르신 말은 동물은 도를 닦을 수 없다고 이해하기 보다는 인간의 몸을 받았을 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으로 다가온다. 코끼리와 원숭이는 부처님을 시봉한 공덕으로 하늘나라에 태어났다.

정상에 모셔진 목없는 불상

사찰로 돌아와 주지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빠릴레야산이 불자들의 유적지여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얼마전에 승소하였다는 것이다. 여러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도 하고 있었는지는 몰랐기에 놀라움이 컸다. 또한 알라하바드에 공항이 새롭게 건설되었고 조만간 꼬삼비에 박물관이 건설되어 알라하바드대학 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모셔올 것이라고 한다. 빠릴레야 근처에도 사찰을 지을 토지를 구입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불교사찰이 4곳이 있는데 그 가운데 스리랑카 절이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 캄보디아템플은 최근 그 나라의 전통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2군데의 인도사찰은 규모가 작아서 사찰이라고 불리기도 어렵고 스님도 상주하지 않는다. 이곳에 3박을 하며 지켜보니 스리랑카 불자들은 날마다 100명이상 숙식을 하고 간다. 성지인데도 아직 미얀마나 태국 베트남 사찰이 없는 것이 특이하다. 사찰이 없어서 그런지 스리랑카 순례객 이외에 다른 나라 순례객을 보기힘들다. 그만치 꼬삼비는 남방불교 불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제 박물관이지어지고 4차선 도로가 건설되면 이곳도 성지순례처로서 각광을 받을 것이다. 한국의 스님과 불자들도 꼬삼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관심을 가지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존의 8대 성지에다 이곳을 포함시켜서 9대 성지로 만드는 것이다.

허/정/스/님/의/부/처/님/을/따/라/거/닐/며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벌써 4번째 인도성지순례다. 인도의 기후와 도로 사정 등은 순례자에게 만만치 않지만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가슴은 늘 설렌다. 스승의 발걸음을 쫓는 일은 매번 새로운 발견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첫 순례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녔기에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

두 번째는 그래도 책을 들고 꼼꼼히 찾아 다녔다. 정보가 많지 않아 크게 느낀 것은 없고 다만 부처님의 열반지에 가서 우울증 같은 걸 겪었다. 세 번째는 나를 포함한 스님들 여섯 명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경전을 읽고 토론하는 성지순례를 했는데 그 때가 가장 의미 있었다. 그런데 그 순례도 중간에 순례자 한명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완의 순례가 되고 말았다.

이 번에는 많은 시간을 가지고 홀로 떠났다. 성지순례후기까지 쓸 작정을 하고 와서 그런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지를 알게 되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성지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느꼈던 소감을 공유하고자 한다.

허정스님_ 전 천장사 주지 whoa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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