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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참회, 날마다 부처님오신날

기사승인 2019.05.06  12: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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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종교계 국고보조금,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얼마 전 MBC 뉴스를 통해 조계사 템플스테이 체험관 국고보조금 부당사용 의혹이 제기되었다. 해당 건물은 말 그대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조계사 경내에 지은 것이다. 그런데 막상 완공을 하고 보니 그러한 목적과는 사뭇 달랐다. 1층 공양물 판매소, 2층 종무원 사무실, 3층 카페로 그 용도가 달라진 것이다. 또 변경된 설계도상 대형금고가 설치된 사실은 금전적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조계종의 민낯을 보인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경악과 큰 실망감을 낳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애초 지원 목적과 전혀 다른 건물을 지은 것도 놀라운데, 더욱 놀랍게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문체부에 제출한 공사 계획서와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종로구청에 제출한 계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된 것이다. 문체부 제출 계약서는 총 공사비 약 15억 원으로, 조계사는 이를 근거로 자체 부담금을 제외한 약 12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종로구청에 제출한 계약서는 총 공사비 약 12억 원으로, 두 계약서간 약 3억 원의 차액이 있었던 것이다.

보도 이후 조계사 측에서는 용도 변경된 부분은 일정 기간 이후 본래 목적으로 되돌릴 예정이며, 이중계약서는 업체 측에서 조계사 직인을 도용한 것으로, 종로구청 제출 계약서는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남은 보조금 약 3억 원은 아직 조계사가 갖고 있으며 조만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계사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어서 당최 신뢰가 가질 않는다. 본래 목적에 따라 보조금을 받아서 건물을 지었음에도 용도변경까지 해 가며 전혀 다른 건물을 지은 이유가 뭔가? 직인을 도용당했다면 완벽한 관리 부실인데, 심의-보조금 신청 및 수급-계약(이중계약 포함)-용도변경-완공에 이르기까지 조계사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또 시공사는 조계사에서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종로구청 제출 계약서상의 업체일 텐데, 남은 보조금 3억 원을 누구에게 지급한다는 것인가?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조계사는 이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이나 진솔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언론사를 찾아가 종무원이 머리털을 미는 자해를 하질 않나, 사장과 직원, 기자들을 ‘다 쓸어버리겠다’고 패악질을 하질 않나, 종교단체이기 이전에 인간에게 거는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리게 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종교계 국고보조금 문제는 비단 이번 사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공론화된 사찰방재시스템 구축사업도 총 1000억 원의 국고를 보조받아 종단에서 진행한 사업이지만, 몇 개의 사찰들이 자부담금을 업체에 전가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까지 소송 중이다. 10·27법난기념관 건립 사업도 총 1500억 원이 넘는 국고가 지원된 사업이지만 사업 기한이 다되도록 진척을 시키지 못해 얼마 전 사업 자체가 종료되었다. 종단은 그간 사용한 약 200억 원의 보조금을 반납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쓴 200억 원은 누구에게 갔고, 또 어디서 200억 원을 가져와 반납하겠다는 건가?

종교계 국고보조금 관련하여 불교계, 그것도 조계종이라는 한 종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만 들여다봐도 이렇듯 많은 비리와 부정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비리가 많으니 종교계 국고보조금을 완전히 없애자는 건가?’ 이와 같은 물음에 필자로서는 ‘할 수만 있다면 종교계 국고보조금을 원천 무효화하고, 종교문화 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종교계 국고보조금의 의미부터 원점에서부터 다시 따져보자’고 말하고 싶다. 과연 종교계 국고보조금이 해당 종교 및 신도,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종교단체에 세금을 지원해 줌으로써 오히려 애초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위에서도 언급된 몇 가지의 사례만 보더라도 종교계 국고보조금은 단지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 종교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문제이다. 먼저 종교계 국고 보조금은 종교간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례로 2002년 템플스테이 지원금이 확정된 이래 기독교와 불교는 누구에게 돈이 더 많이 지원되는가를 두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국고를 특정 종교의 포교활동이나 목적사업을 위해 써도 되는가의 공정성 시비로 종교와 시민 사회간 불화가 유발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이를 위해서는 학자들이 가세한다) 결국 종교단체가 일개 사업소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예산 집행 이후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돈이 어디로 빠져나가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처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종교계 국고보조금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전통문화 보존, 종교문화활동 지원 등의 명목으로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실제 법령을 보면 지원 기준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아무데나 걸 수 있는 너무 큰 이념들로 잡혀있다. 또 각 사업에 대한 심의 역시 이미 지원을 결론으로 낸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조계사 템플스테이 체험관 건립 사업만 보더라도 사업 초기에 불사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승인을 거친 사업이다. 승려 3인, 전문가 2인, 공무원 2인이 위원회를 구성해 대규모 불사에 대한 예산과 사업 내용들을 검토하는 것인데, 이 과정을 거쳤음에도 해당 토지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시공사가 사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업체인지 등도 모르는 채로 사업승인을 한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일단 승인하고 돈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이쯤 되면 종교단체가 마음먹고 작업하면 얼마든지 정부 돈을 따낼 수 있는 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 지자체 공무원, 학자 이들 세 집단만 잘 관리하면, 알아서 관련 법조항과 시행령 만들어주고, 허가 내주고, 그럴듯한 가치들을 만들어 주니, 이를 근거로 종교단체는 마음껏 정부 돈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위법 사실이 발견되어 재판까지 가더라도 몇몇 실무자들을 처벌하는 선이거나 종교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결론, 혹은 더 잘 해보도록 하라는 권고 정도에 그친다. 몇 번 지원해주고 도저히 사업수행 능력이 없거나 비리가 잦으면 해당 단체에 페널티 먹이고 지원중지, 신청자격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그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전횡하는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나? 다 국민들 세금이다. 국민 세금은 그저 눈 먼 돈일뿐인가?

전횡할 수 있는 덩어리 돈을 쥘 수 있다 보니, 종교단체로서는 신도들은 뒷전이고 그저 정치계, 지자체, 정부기관, 법조계 등등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들에게 줄대기에 바쁘다.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만 보더라도 불교계 단체들과 불자들이 한창 그의 비리를 지적하며 개혁을 위한 대화 테이블을 만들자고 요구해도 들은 척도 안하더니(들은 척은 고사하고 불자들을 해종세력이라 낙인찍고 탄압하더니), 총선이 다가오자 유력 정치인들과는 ‘우연히도(!)’ 동선이 같았다며 시장에서 국수도 같이 먹고 악수도 나누고 시장 사람들도 만나면서 돌아 다녔다. 이게 도대체 뭔가? 성직자의 옷을 입고 사업 하는 것 아닌가? 사회에서 일반 사업체는 아스팔트 위에 꽃 피우기보다 어려운 현실을 겪고 있는데, 여기는 알아서 법도 만들어주고, 돈도 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 힘든 것도 다 들어주고, 잘못해도 괜찮다고 격려해주고,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있으니 나름 세금을 들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야 종교계 국고보조금을 막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연 그러한 목적에 맞게 투명한 과정을 거쳐 종교관련 예산이 책정되고 집행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필 때이다.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그 무게감을 안다면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부정의이다. 무엇보다 종교단체로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과 권력자들을 가까이 하고 신도들을 우습게 아는 종교는 이미 종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앙 공동체가 아닌 단순 이해집단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그냥 사회로 나가 일반 업체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라. 그러자면 종교라는 반짝이고 매끄러운 포장지가 대단히 아쉽겠지만, 이제 퇴색할 대로 퇴색한 그 빛에 현혹되는 시대는 끝났다.

부처님 오신 날을 일주일 앞둔 오늘, 그날의 의미를 새삼 떠올려 본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산다면 매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고 매 순간이 진리가 피어나는 시간이다. 연꽃을 들고 촛불을 켜는 것은 그 날이 언제이든 중생의 고통과 사회의 부정의에 눈 감지 않도록 자신이 딛고 있는 ‘지금 여기’의 자리를 환하게 밝히라는 의미일 것이다. 선량한 마음은 어디로 가고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우리 종교의 한 단면을 본다. 연등을 든 불자라면 그 앞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을 내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것이다. 매 순간 깨어있는 삶, 매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임지연_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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