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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志士가 세상을 바꾼다

기사승인 2019.04.14  20: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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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제4회 정평불교포럼,사찰 재정의 개혁방안을 탐색하다.를 마치고

어떤 사람은 산에 가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올라갔다 내려올 걸 뭐하러 갑니까?”라고. 어떤 노부부가 에펠탑 앞에 있었다. 가이드가 노부부에게 말 했다. 차에서 내려 에펠탑을 구경하자고 했다. 노부부는 “여기 차 안에서도 잘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산이 있어서 산에 간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것이다. 산행의 맛을 아는 사람은 애써 힘들게 산에 올라간다. 무엇 보다 살아 있음을 만끽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passion)’이다. 때로 정열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열정이 있다는 것은 늙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열정이 있다는 것은 죽지 않았음을 말한다. 행사를 주관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였다. 일단 모여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처음에는 소수에서 시작된다.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논의를 함으로써 세상이 바뀐다. 이런 사람들을 ‘지사(志士)’라 한다. 지사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포럼에 온 사람들은 모두 지사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세상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먼저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알려야 한다. 포럼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세 명이 발제(發題) 했는데

세 명이 발제했다. 순천대 이종수 교수가 ‘조선시대 국가정책에 따른 사찰운영의 변화’에 대하여, 신대승네트워크의 박재현 소장이 ‘사찰재정의 문제점과 공동체성 회복 방안’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정의평화불교연대의 이희선 공동대표가 ‘사찰 재정 구조 혁신에 관한 시론’에 대하여 발제했다. 사회는 정의평화불교연대 이도흠 상임대표가 맡았다.

요즘 생수가 문제되고 있다. 조계종에서 ‘감로수’라는 브랜드로 생수사업을 했는데 수익금이 제3자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종무원들이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재가불교단체에서는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스컴에도 보도 됐다. 영향력 있다는 JTBC에서도 다루었다. 이 모두가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런 때 사찰재정과 관련된 포럼이 개최되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은 것이다.

발제자에게 삼사십분 가량씩 주어졌다. 준비된 자료를 읽어 가면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질의응답시간이다. 질의응답을 통하여 발제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김영국 불개행 상임대표가 질문했다.

김영국 상임대표에 따르면 전통사찰보존법에 삭제된 조항이 있다고 했다. 1988년에 폐지된 불교재산관리법에는 주지가 사유재산을 가질 수 없고 사유재산을 가지면 몰수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전통사찰보존법으로 대체 되면서 그런 조항이 슬그머니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에 이런 조항을 넣는 것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물어 본 것이다.

이종수 교수는 사찰 운영의 역사에 대하여 설명했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사찰은 사실상 주류세력에 의하여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불교가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 들였고, 그에 따라 왕실이나 귀족불교에서 연원한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이종수 교수는 “사찰재정개혁방안과 역사성을 분리해서 보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율장에 언급되어 있는 것과는 다름을 말한다. 한국불교역사에 있어서 재정운용은 인도에서 불교전통과 다른 것이고 또한 테라와다불교전통과도 다른 것임을 말한다.

박재현 소장은 사람의 문제를 들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인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소위 94년 개혁 이후 뜻 있는 재가불자들이 종단이나 사찰의 종무원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개혁을 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변질된 면도 있다고 했다. 종단을 떠 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소장은 고령화를 들었다. 그때 당시 사람들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대, 30대, 40대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말한다. 재가단체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2010년 이후 뚜렷한 쇠락세를 보이는 것도 인재를 키워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선 공동대표는 종교부패를 사회적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종교적 부패에 대하여 관대하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종교의 폐쇄성도 있지만 종교인들의 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문제가 종교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 놓아도 결국 변호사 싸움으로 변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대표는 “종교부패를 사회적 의제로 다루어서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상식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종단 개혁을 외쳐 보아도

사찰재정투명화는 불교개혁의 시발점이자 종착지이다. 그렇다고 개혁대상이 개혁할 수 없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개혁을 거부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을 불온시하고 배척하려 한다. 이번 포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무리 종단 개혁을 외쳐 보아도 기득권 세력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대로 영원히!”를 외치며 똘똘 뭉쳐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런 집단을 향하여 사찰재정투명화를 외치는 것은 마치 허공에 주먹질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노력이 헛된 것일까?

나홀로 세상을 살 수 없다. 심산유곡에서 신선처럼 살아도 세상의 도움을 받는다. 모든 것을 단절하며 나홀로 살기를 즐긴다면 그는 ‘이기주의자’라 볼 수 있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행위에 따라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물코 처럼 얽힌 연기적 세상에서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행위에 따라 출렁거릴 수 있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어나는 것과도 같다. 당사자가 없는 포럼에서 오간 이야기가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말한다.

  조계종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질문자 중에 최연 공동대표가 말했다. 조계종의 기득권과 물적토대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거기에 연연해 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말했다. 조계종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말한 것이다.

한국불교에 조계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불교역사를 통해서 본다면 조계종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계종은 사실상 1960년대에 성립되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불교에는 다양한 전통의 불교가 있다. 그 중에는 가르침과 계율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종단도 있다.

최연 대표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자고 했다. 불교가 꼭 조계종일 필요가 없듯이, 신행장소가 꼭 절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조계종에서도 벗어나고 사찰중심에서도 벗어나자는 것이다. 새로운 신행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재가운동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언제까지 조계종만 바라보고 살 수 없다. 언제까지 조계사 앞에 머물 수 없다.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나부터 바꾸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 자신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데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을 바꾸려 하거나 세상을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나 자신부터 바꾸는 것이다.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변하면 남도 따라 변하고 세상도 따라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은 채 남이나 세상이 변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대단히 이기적 생각이다. 이기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도 변하게 하고 세상도 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행 하는 것이다. 가만 앉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혜가 생겨날 것이다. 그것은 삶의 지혜가 아니라 불교적 지혜를 말한다.

정의평화불교연대에서는 새로운 재가운동을 하고 있다. 종단 바깥에서 하는 운동이다. 그것은 “자기향상과 사회완성을 향해 함께 실천하는 모임입니다.”로 요약된다. 이는 다름 아닌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이다.

자리이타행은 자기수행을 통하여 자신의 이익되게 하고 동시에 사회적 실천을 통하여 타인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이 가운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실천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실천하는 사람은 이러한 모든 네 사람 가운데 최상이고 수승하고 가장 훌륭하고 탁월하다.”(A4.95)라고 말씀 했다.

불자들은 참여하고 단체는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그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 그것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다.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나 자신은 물론 불교개혁의 시발점이다. 열정이 있는 자만이 가능하다. 올라 갔다고 내려올 산이지만 그래도 올라 가는 것은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병욱_정평불사무총장 bolee@y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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