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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근본주의와 미국

기사승인 2018.12.12  14: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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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미국을 이룬 두 기둥

미국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이념적 기반인 청교도 정신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순수한 신앙인들로 추앙받고 있지만, 청교도는 배타적 신앙으로 유럽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신대륙이라는 (사실 원주민이 이미 터를 잡고 살아왔던 구대륙이지만) 북아메리카로 건너가 정착한 개신교 극단주의자들이었다.

청교도(puritan)라는 단어는 ‘순수한 신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자신의 무서운 독선은 보지 못한 채 세계를 선과 악 이중 구도로 보고,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며 오로지 장로교 교리에 충실한 신앙과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신념은 장 칼뱅(1509~1564)의 신학에 기초한다. 칼뱅은 신의 절대예정설을 주창하여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한 사람이며, 지상에 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신념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숙청하고 죽였다. 그러나 그의 신학은 정교하여 개신교 주요 교단인 장로교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개신교가 태동한 16세기 이후 영국에 터를 잡은 칼뱅의 후예들은 가톨릭과 성공회 양쪽으로부터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신앙집단으로 낙인찍혀 ‘신대륙’으로 건너갔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을 떠난 사람은 모두 102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사히 신대륙에 도착하여 그해 겨울을 나고 생존한 사람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당시 미국으로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청교도 외에도 유럽에서 적응하지 못한 또 한 부류의 집단이 있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간 사람들, 유럽 사회에서 낙오하여 더 이상 그곳에서는 살 수 없었던 사람들, 부를 좇아 불나비처럼 찾아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원주민이 갖지 못한 총기와 대포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살육하며 거대한 대륙을 점령해갔다.

하여 오늘날 미국의 번영을 이룬 두 개의 기둥은 총잡이 문화와 청교도 정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황금을 찾아 신대륙으로 몰려든 거친 사람들의 무자비한 폭력문화가 한 축을 이루고, 독선과 배타 신앙으로 무장한 청교도 정신이 또 한 축을 이루어 오늘의 미국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이루고 있는 이 두 기둥은 매우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성격이 유사할 뿐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발전해왔다. “나만 옳다”는 독선과, 이웃 문화를 이해하는데 둔감하며, 자주 폭력을 사용하여 다른 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미국은 늘 자신을 신의 은총을 받은 선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포장해왔다. 하여 지금도 청교도 정신을 미국의 건국 기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건국된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은 ‘악의 축’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쉽게 동의한다.

그들 스스로를 더욱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넘치는 부로 제3세계에 베푼 자선사업들이 꾸준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근과 전쟁에 허덕이던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에 제공한 무상원조는 개발도상국 주민들까지 착각하게 만들었다. 하여 대다수의 순진한 미국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을 자유와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2. 거대한 무기 생산기지가 된 미국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장 26~28절)

위의 기록은 기독교성서 맨 앞에 나오는 창조설화의 한 부분이다. 서기 4세기 로마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로 기독교문화의 지배를 받게 된 유럽은 이 기록에 근거하여 자연을 찬탈의 대상으로 삼았고 기독교 이외의 인간세계와 문화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다.

청교도들은 그 신념을 충실히 따랐다. 너무나 배타적인 신앙으로 유럽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만개했다. 자원은 무궁무진했고 원주민 소유였던 모든 땅을 손쉽게 정복했다. 이렇게 청교도 정신과 총잡이 문화로 결합된 신생국가 미국은 빠르게 성장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그들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동서 양쪽에서 국경을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남쪽과 북쪽에서는 미국에 대항하거나 위협할만한 세력이 자라지 않았다. 신생국가 미국은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파멸하는 동안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세계대전을 치르며 국가의 생산체계를 무기 산업에 맞추다보니 거대한 군산복합체가 미국 경제의 주요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첨단무기를 생산할수록 이전에 생산된 무기들의 처리 문제가 발생했다. 적절한 때에 사용하거나 팔아치우지 않고는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렇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괴물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의 군사정책, 그러니까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넘어온 굵직한 전쟁의 배후에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그들의 로비가 작용하고 있었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최대의 무기 생산국이자 보유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 세계 군사력의 54%를 갖고 있고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군사력을 합쳐도 미국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런 미국이 스스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공정한 세계경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순진하게 믿는 사람은 한국의 주류 개신교인들과, 박정희 정권 이후 수십 년 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세뇌된 노년층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악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도적은 별로 무섭지 않다. 적어도 나설 때와 숨을 때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거나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도적은 정말 무섭다. 사명감에 불타 망설임 없이 못된 짓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3.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평창 동계올림픽, 판문점 선언,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파르게 달려왔던 비핵화 평화회담이 정체상태에 빠졌다.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매파 정치인들은 북한의 비핵화문제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전에는 절대로 경제제제를 풀지 말아야 한다고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그렇게 고집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미국 극우 정치인들의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네오콘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네오콘(neo-conservertive, 신보수주의)은 1960~70년대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전을 외치며 히피문화가 대두된 데 위기를 느끼고 1980년대 이후 청교도 정신의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발현된 개신교 근본주의(극보수주의)를 말한다.

네오콘은 미국 대형교회들의 지원을 받아 레이건과 부시 부자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극우정치인에 속하면서도 공화당 주류와는 다른 노선의 트럼프는 기독교 극단주의에 빠지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청교도 정신의 계승자라기보다 총잡이 문화의 후예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지 않고, 함께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면 기꺼이 협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는 공화당에 속해 있다.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는 공화당의 배후에서 정치적 지원과 압력을 동시에 행사하는 조직 가운데 가장 거대한 것은 미국의 근본주의 교회다. 유럽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전근대적인 이 교리기독교는 아직까지도 미국의 전체 교회 가운데 30~40%를 차지한다.

그들 스스로는 복음주의(evangelism)라고 부르는 이 근본주의(fundamentalism)는 지난 20세기 초 유럽을 휩쓴 기독교 자유주의에 대한 대항으로 미국에서 태동되었다. 예수의 성육신(신의 아들이 육체를 갖고 태어남), 동정녀 탄생, 부활, 임박한 재림, 대속, 축자영감, 성서무오설로 이어지는 7가지 기독교 근본사상을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절대교리로 지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근본’이라는 것은 ‘예수 가르침의 근본’이 아니라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의 근본’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탄생한 근본주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함께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크게 꽃을 피워 전체 교회 가운데 80~90%를 장악하는 주류 세력이 되었다.

이들은 예수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신념체계에 갇혀 있다. 그들의 눈에 무신론을 철학적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악일 수밖에 없다. 악은 물리쳐야 할 대상이지 공존하고 타협할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그들이 보기에, 북한은 여러 번 비핵화 약속을 어겼다. 물론 북한이 보기에는 미국이 먼저 약속을 저버렸지만.

이처럼 오늘날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두 기둥의 한 축에는 청교도의 후예인 네오콘이, 다른 축에는 군산복합체가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눈에 악일뿐인 북한과의 공존과 평화를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 정치계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는 과연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아니, 트럼프 자신은 정말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고 있는 걸까?

쫓/겨/난/목/사/의/부/처/님/사/랑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기성 교단에서 쫓겨난 목사는 불교에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일부 독선적인 개신교인들이 불교에 저지르는 무례 때문입니다. 또 마음 한편에는 "기독교의 참 모습은 저게 아닌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불교포커스>의 지면을 빌려, 그간 하고 싶었던 속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보려 합니다.

2004년 대광고에서 교목실장으로 재직하던 류상태 목사는 당시 예배선택권을 주장하며 46일간 단식에 돌입한 강의석 학생을 지지하며 학교 측의 부당함에 맞서다 퇴직당한 전력이 있다. 이후 생활을 위해 노점상, 택배, 대리운전 등을 전전하면서도 기독교의 본 모습을 알리기 위한 목회활동, 글쓰기 등에 매진해 왔다.

류상태 목사,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budgate@hanmail.net

<이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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