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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ādara): ‘갑질’보다 무서운 ‘연좌제’

기사승인 2018.12.02  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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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잘나가던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큰돈을 빌린 후 외국으로 야반도주한 사실이 드러나 모든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부모 빚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자식이 갚아야 하느냐는 갑론을박 속에 ‘연좌제’라는 용어가 소환되었다. 범죄인과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 책임을 지우는 ‘연좌제’는 해방 후 좌우익 대립으로 인해 개인의 삶을 일생동안 옥죄이던 무서운 형벌이었다. 소위 ‘빨갱이’와 연관된 친지 때문에 직업 선택이 제한되기도 했고, 군사정권 하에서는 운동권 자녀 때문에 공무원 부모가 퇴사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사회가 확립되면서 연좌제는 비상식적이라 거의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겨우 여섯 살 때의 일이니 나는 몰랐다고, 내 잘못이 아닌데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이 연예인들이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중으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부모 빚 때문만은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철저히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거나 한 달 밥값밖에 안되는 돈이니 나를 찾아 와라는 등의 언행에서 대중들이 더 분노한 것이다.

밤잠을 설치고 추위에 떨면서 노력한 결과로 얻은 성공이라고 하소연할 수도 있지만, 선의를 베푼 사람들의 고통을 딛고 이룬 성취라면 '훔친 수저'라 할 수 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말처럼 이기주의자로 비판받을 수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이 지구상의 다양한 종들 중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은 힘이 세거나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뛰어난 공감능력 때문이라며, 인간을 공감하는 존재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 명명하기도 했다. 연좌제가 아니라, 상대를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대중들은 묻고 있는 것이다.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된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_불교포커스 자료사진

최근 불교계에서는 포교원과 여성신도단체와의 갈등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갑질’보다 더 무서운 ‘연좌제’가 등장한 것이다. 불교계 대표적인 여성단체라고 할 수 있는 ‘불교여성개발원’은 조계종 포교원산하 포교단체로, 이사장인 포교원장이 신임 원장을 임면한다. 그런데 포교원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최 예정이었던 이사회를 2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일방적으로 이사회 연기를 통보하고, 여성불자들이 만장일치로 선출한 새 원장 후보를 불허할 뿐만 아니라,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사단법인)지혜로운 여성’ 이사장도 인정하지 못한다면서 이· 취임식을 막았다.

뿐만 아니다. 이미 예약된 취임식 대관 장소까지 취소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특별 지도점검을 하겠다며 취임식 전날 포교원 관계자 수 명이 사무국에 들이닥쳤다. 서류들을 실어가는 과정에서 모스님은 “간댕이가 부어서...”라고 막말을 하며 소란을 피웠다. 포교원장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데 이를 거슬렀다고 간댕이가 부은 사람들로 전락한 것인데, 이는 여성불자에 대한 포교원의 인식이 얼마나 저급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 황당한 것은 포교원장이 신임 원장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연좌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교원장이 불광사의 회주로 있을 때 여직원과 주고받은 성적인 문자 메시지로 인해 신도회에서 큰 문제가 되었고, 불광유치원에서 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해서 신도들로부터 거센 퇴진 요구를 받았다. 결국 포교원장은 불광사 창건주 자리에서 물러나고, 유치원급여 부정수급 건은 공금 횡령으로 고발되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포교원장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불광사 신도회의 대표가 신임 원장과 부부라서, 포교원장이 사적 감정을 내세워 반대한 것이다.

삼백만 불자가 감소한 오늘날, 포교를 책임지는 포교원장이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급여 부정수급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창피한 일이거늘, 오히려 여성불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여성지도자를 모욕했다. 포교원은 ‘연좌제’ 운운하다가 그나마 창피했는지, 신임 원장이 촛불법회에 참석했기에 반대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불자들은 지난 여름 촛불법회에서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했는데, 이후 중앙종회는 자신들이 뽑은 총무원장을 강제 해임시키고 새 원장을 뽑지 않았던가? 정당한 촛불법회였음을 중앙종회가 증명했는데, 설령 그 집회에 나갔다고 한들 무슨 잘못인가.

새로 선출된 총무원장스님은 취임사에서 ‘소통과 화합을 기조로 승가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적 회향을 통해 미래불교를 열어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앙종회는 ‘해종행위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종단 소임자를 비방하거나, 종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파승가적인 집회를 개최하거나 동조하고, 종정 교시와 중앙종회 결의에 반하는 집회에 참석해 종단의 명예와 위상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한 스님들을 조사한다고 한다. 언론에 자갈을 물리고,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정권에 반대하면 무조건 감옥으로 보내던,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시절을 연상케 한다.

붓다는 『앙굿다라니까야』의 ‘더럽힘의 경’에서,
“수행승이여, 그대는 자신을 더럽히지 말라!
 그대는 자신을 더럽혀 비린내에 젖게 하지 말고, 파리들이 따르게 하지 말라.
 그것은 결코 옳지 않네.
 눈과 귀를 보호하지 않고, 감관을 수호하지 않으면,
 탐욕적 사유를 따라서, 파리들이 그를 따라가리라.”

라고 가르치고 있다.

배려하지 못한 자는 배려 받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 자는 공감 받지 못한다. 교단을 수호하고 보시와 봉사로 묵묵히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여성불자들을 억압하고 무시한다면, 그런 세력들은 결코 존중받을 수 없다. 눈과 귀를 보호하지 못하고. 감관을 수호하지 못하고 파리들을 불러 모으는 출가자, 그가 바로 해종세력이 아닐까?

옥/복/연/의/소/통/의/미/학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경전에는 유난히도 대화가 많이 나온다. 붓다는 제자들이나 신도들과 질문하고 응답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교도와는 토론을 통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붓다의 대화는 상대와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소통'하며, 그 결과 공감으로 나아가게 한다. 남과 여, 갑과 을, 출가자와 재가자 등 오늘날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소통의 방법을 초기경전 니까야로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성의 관점으로 경전을 읽고 교리를 재해석하며, 불교사에서 잊혀진 여성이나 뛰어난 여성불자를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다.여성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대학 강사를 지내다가 현재 종교와 젠더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옥복연_종교와젠더연구소장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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