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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티얀과 걷기순례

기사승인 2018.11.27  09: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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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허정스님의 부처님을 따라 거닐며_16

부처님은 우루웰라에서 까사빠 형제를 제도하고 가야산에 올랐다. 우루웰라에 사는 가섭과 가야와 우루웰라 중간에사는 나디가섭을 차례로 제도하고 마지막으로 가야산 근처에 사는 막내 가야가섭을 제도하려 가야로 온 것이다. 가야산 정상에서 부처님은 불의 설법으로 유명한 ‘불타오름 경’을 설하였고 천명의 재자들은 아라한과를 얻었다. 불을 섬기던 자들에게 진정한 불은 탐욕의불, 성냄의 불, 어리석음의 불이라는 것을 설하고 그러한 불을 섬길 것이 아니라 소멸시켜야 함을 밝히신 것이다.

 “눈은 불타오르고 있다. 색은 불타오르고 있다. 안식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감각접촉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은 불타오르고 있다. 그러면 무엇에 의해서 불타오르고 있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태어남,늙음,죽음,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S35.28)

 붓다는 가야산에서 3개월간 머무르고 나서 천 명의 아라한들과 함께 라자가하(왕사성)로 향했다. 깨달음을 얻는다면 제일 먼저 자신을 찾아달라던 빔비사라 왕 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부처님이 라자가하를 향해 가다가 머무른 곳은 대나무숲의 랏티와나(Latthivana)였다. 지금은 제티얀(Jethian)으로 불리는 이곳은 커다란 산 옆에 연못이 여러개 있는 아름다운 산 마을이었다. 부처님이 제티얀에 머무르면서 연못에 목욕을 하시고 대나무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빔비사라왕이 십이만명의 대신과 국민들을 데리고 제티얀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런데 빔비사라왕은 우루웰라 가섭과 부처님중에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가섭에게 어떻게해서 불을 섬기는 행위를 그만두고 불법을 따르게 되었는지를 물었고 가섭은 부처님앞에 무릎을 끓고 시를 읊었다.

 

랏티와나에서 부처님을 마중하는 빔비사라왕

“저는 적정의 진리를 보고 집착의 대상을 여의었고, 욕망과 존재에 대한 집착을 여의었습니다 다른 상태로 되지 않고 타자에 의해 이끌어 지지도 않으니 그러므로 저는 불에 대한 제사와 희생제를 즐기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고, 저는 제자입니다.”(마하왁가)

빔비사라왕과 브라민과 장자들이 나이가 많은 우루웰라가섭과 35세의 젊은 부처님중에 누가 스승인지 의문을 가진 상황에서 제티얀으로 십이만명이 부처님을 마중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빔비사라왕을 포함한 십일만명의 재가자들은 수다원과를 얻었고 나머지 일만명은 믿음을 가진 재가신자가 되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마하왁가에는 십이만명이 모두 수다원과를 얻었다고한다) 그러나 녹야원에서 야사의 친구 오십명이 모두 아라한이 되었고, 우루웰라에서 가섭삼형제의 제자들 천명이 모두 아라한이 되었고 후에 사리뿟따와 목건련과 함께 출가한 이백오십명이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해볼 때 제티얀에서 십일만명이 수다원과를 얻었다는 것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본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초기에 부처님을 만난 개인 혹은 그룹들은 짧은기간에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훗날 깨달음은 오랜 수행을 필요치 않으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에 깨달은 1250명은 “어서 오너라 비구여!”라는 말 한마디로 구족계를 받은 특별한 분들이고 금강경등 대승경전에서도 이 1250인을 특별하게 대접하여 정형화시켜 놓은 것을 보면면 자타까에서 말하듯 부처님은 이 분들과 전생부터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치 않고서는 이 분들이 빠른 시간안에 단체로 깨달음을 얻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빔비사라 왕은 이때 다섯가지 소원을 성취하였음을 붓다에게 고했다. 왕의 다섯가지 소원은 첫째 왕이 되는 것 둘째 붓다께서 자신의 왕국을 방문하는 것 셋째 붓다에게 예배하는 것 넷째 붓다의 법문을 듣는 것 다섯째 법문을 듣고 법을 깨닫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이 건립한 제티얀 사찰

라자가하에 도착한 빔비사라왕은 붓다와 승가에 최초의 불교승원인 죽림정사(Veluvana)를 기증하였다. 여기서 최초의 사원이 승가에 기증되었다는 것을 눈여겨 볼만하다. 사원이 승가라는 공동체에 기증되었기에 현재와 미래의 출가자들은 누구나 주인으로서 사원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본사와 문중에 따라 절을 차지하고 다른 종파 다른 문중에게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본래의 사원의 역활을 져버린 것이다. 부처님라자가하에 입성한 붓다는 연속해서 3안거(2째안거~4번째안거)를 죽림정사에서 지내면서 사리뿟따와 목건련등 이백오십명을 제도하는등 수많은 출가자와 재가자들의 눈을 뜨게했다. 그러므로 부처님과 빔비사라왕이 걸었던 이 길은 전도의 길이고 평화의 길이고 축복의 길인 셈이다.

천명의 아라한들과 십이만명의 불자들이 붓다를 모시고 라자가하로 걸어가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가슴벅찬 광경이다. 지금도 이 길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불교유적에 관련하여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비하르주에서 걷기 좋게 정비를 해놓았다. 보드가야 대탑에서는 매년 전세계불자들이 모여 일주일간 경전독송대회(International Tipitaka Chanting Ceremony)를 개최하는데 이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제티얀에서 왕사성까지 걷는 걷기순례이다. 올해 14회째인데 주최측에서는 한국 불자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고 있다. 가야산에서 제티얀까지의 거리는 40km이고 제티얀에서 라자가하 까지는 15km이다.

이 제띠얀은 라자가하로 지나는 길옆에 위치해 있어 부처님과 빔비사라왕의 이야기를 아는 순례자라면 놓치기 힘든 곳이지만 한국의 순례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보드가야에서 라자가하로 갈 때 반드시 지나치게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참배하는 한국인들은 드물다. 제띠얀에 도착하여 연못이 있고 온천이 있고 주위에 큰 동굴이 있는 환경을 살펴보면 부처님이 왜 이곳에서 천명의 제자들과 머무셨는지 이해하게 된다. 일본인 불자들이 만들어낸 보호각에는 인근 연못에서 건져낸 국보급 검은 불상이 모셔져있다. 체계적인 성지순례를 하는 것으로 이름 난 태국불자들은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는 제띠얀 주위에 휴게소 역활을 하는사찰을 건립하여 순례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제티얀에서 라자가하로 걷는 길

전 세계불자들과 함께 12월에 걷기행사에 참여하여 걷는 것도 좋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 불자들이라면 따로 시간을 내어 이 길을 걸어보기를 권한다. 제티얀에서 출발하면 느리게 걸어도 3시간이면 걷기의 종점인 구왕사성의 손반다르(swarn bhandar)동굴에 다다른다. 손반다르 동굴은 아소카왕이전에 만든 동굴의 원조이며 빔비사라왕의 보물창고로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동굴 벽면에 불상이 여러개 새겨져 있는 것으로 봐서 스님들도 이 곳에 머물렀음을 추측할 수 있다.  길 전체가 산과산 사이를 오가는 평지길이어서 힘들지 않고 이야기 하며 걷기에 적당하다. 길 전체가 숲길이지만 아직은 나무들이 크지 않아서 걷는 길에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므로 햇볕이 안드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이 걷기에 좋다. 1km마다 작은 탑을 세워놓아 지금 자신이 어느정도 걸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지금은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 성지순례단이 순례때마다 이 길을 걷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순례팀도 이 길을 즐겨 걸으리라고 확신한다. 제티얀의 대나무숲과 연못, 부처님이 한동안 머물렀다는 아수라동굴과 온천(Tapovana)까지 있는 이 곳은 제티얀은 부처님이 한번 지나친 길이 아니라 부처님과 제자들이 즐겨 찾았던 장소였을 것이다.

허/정/스/님/의/부/처/님/을/따/라/거/닐/며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벌써 4번째 인도성지순례다. 인도의 기후와 도로 사정 등은 순례자에게 만만치 않지만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가슴은 늘 설렌다. 스승의 발걸음을 쫓는 일은 매번 새로운 발견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첫 순례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녔기에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

두 번째는 그래도 책을 들고 꼼꼼히 찾아 다녔다. 정보가 많지 않아 크게 느낀 것은 없고 다만 부처님의 열반지에 가서 우울증 같은 걸 겪었다. 세 번째는 나를 포함한 스님들 여섯 명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경전을 읽고 토론하는 성지순례를 했는데 그 때가 가장 의미 있었다. 그런데 그 순례도 중간에 순례자 한명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완의 순례가 되고 말았다.

이 번에는 많은 시간을 가지고 홀로 떠났다. 성지순례후기까지 쓸 작정을 하고 와서 그런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지를 알게 되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성지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느꼈던 소감을 공유하고자 한다.

허정스님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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