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6일 고공농성 14일차…동국대 고공농성 안드레의 투쟁일기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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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에서 맞이하는 3주차 월요일입니다.
하루하루는 길지만 일수는 금방금방 쌓입니다. 주말의 궂은 날씨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태양이 농성장을 비춥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월요일이 참으로 고요합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수첩에 몇 자 적은 것을 오늘 일기에 남겨봅니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저리도 자비로운데, 눈앞에 보이는 본관은 저리도 차갑습니다.
눈부신 태양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말이 없으니 거짓됨도 없습니다.
태양은 시간을 거스르는 법이 없습니다.
구름 뒤에 숨어 회피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말 없는 태양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명탑의 절규를 회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대의 요구를 거스르며, 고공의 횃불이 꺼지길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변명과 핑계를 둘러대며, 현실을 회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비는 총장의 마음속에, 법인의 마음속에, 종단의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말없는 태양을 바라보며, 자비를 품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고공에서 지상을 바라보며, 내일은 본관에서 자비로운 태양이 뜨기를 고대합니다.
고공의 생명에게 총장과 법인의 침묵은 무자비함 입니다. 고공의 생명이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한태식 총장님은 즉각 연임의 욕심을 버리고 연임 포기 선언을 해주십시오. 법인은 차기이사회를 조속히 개최하여 총장직선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주십시오. 그것만이 학생들과 동국대를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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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전 회장이 2018년 11월 13일 동국대 만해광장 옆 20m 높이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총장 보광스님의 연임 저지 및 총장 직선제 시행을 통한 학내 민주주의 구현을 구호로 내걸었다.
3년 전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그는 왜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왜 하필 고공농성이라는 극한의 투쟁방식을 선택했을까? 그가 바라는 동국대학교의 미래는 무엇일까? 하늘에서 쓰는 안 회장의 일기를 정기 게재한다.
안드레 동국대 48대 총학생회장 budg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