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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수 읽기’ 모임이 필요한 지금 아닐까

기사승인 2018.02.18  16: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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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께서 가리킨 길> (서경수 지음 / 김현준 엮음 / 효림)을 읽고

두 손을 뒤로 굽혀서 허리를 살짝 짚고, 적당히 벗겨진 이마에 살짝 얹힌 안경 속 눈길은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흰 수염이 예사롭지 않은 이 분은 서경수 박사. 1986년 교통사고로 세연을 달리하시지만 않았다면, 이 시대를 향해 거침없이 날카롭지만 따뜻한 부처님 메시지를 폭포수처럼 쏟아내셨을 것입니다.

1982년에 동국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불교학과인 내게 인도철학과는 사실 너무 먼 주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짧은 생각인가 싶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불교가 뭔지 하나도 모른 상태에서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나는 무엇인가’ 하는 내 자신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던 내게 인도철학과의 커리큘럼은 ‘이 다음에’ 공부해도 되는 과목들이었지요.

그 무지로 인해 당시 인도철학과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선지식에게 다가가지 못한 나는 뒤늦게 무릎을 치고 있지만….

고 서경수 선생님의 저작은 고인의 뜻을 기린 후학들이 속속 펴낸 책 속에서 다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나마 그 책들을 읽고 소개하고 있지만, 70, 80년대의 글들이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위한 맞춤형 시론(時論)인가 싶어 놀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불교를 젊게 하는 길>이나 <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은 마음 맞는 벗들과 찬찬히 읽어가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게 만드는 명저입니다.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벌써 30년도 지났습니다. 그 사이 불교계는 과연 어떻게 흘러왔을까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는데, 로봇이 인간의 몫을 대신하는 21세기 이 시점에 불교는, 한국불교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위안을 주고 어떤 혜안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그리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한 아주 열심히 세상을 향해 붓다의 메시지를 전한 분들이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의 교수님들이었는데, 지금의 불교는 어째 좀 예전만 못하고 외려 쪼그라드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각설하고, 그걸 말하려 한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암튼, 서경수 선생님의 저작이 세상에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던 차에 아주 간단한 책 한 권이 지난 늦가을에 독자들 앞에 선뵈었습니다. 저자는 고 서경수 선생님이지만 엮은이는 효림출판사 대표 김현준님입니다. “이 시대의 불자들이 읽고 새기면 좋은 글, 선생님의 정신이 살아 있는 글들을 모으고 새롭게 윤색하여, 2014년 월간 법공양에 8회 동안 연재를 하였고”, 이번에 다시 “선생님의 31기를 맞이하여 책을 내야겠다는 발심을 하였고, 그 글들을 새로 다듬고 정리하여 <붓다께서 가리킨 길>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내어놓게 되었습니다”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이 정확하게 서경수 선생님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오래도록 대중과 소통해온 김현준 대표의 정성이 보태진 것인 만큼, ‘대중들을 위한 서경수 읽기’판이라 해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보살이 주제입니다. 그게 흥미롭습니다. 불자는 보살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보살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가 아주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어볼 만합니다. 사찰에서 불교강의를 하는 제가 요즘 ‘대승불교’와 관련한 강의도 맡고 있는데, 강의 준비를 하다가 새삼 놀랍니다. 대승‘불’교는 대승‘보살’교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살이 처음이고 끝이라는 걸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승불교의 정신, 아니, 보살의 정신을 간결하고 쉽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딱 한국불자를 위한 책이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선불교에 대한 설명이 진지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선’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흔적도 진하게 엿보입니다. 아무리 요즘 한국불교계에 초기불교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해도 선불교의 기운은 여전히 셉니다. 전국 수많은 사찰에서 스님들의 법문은 선불교가 중심이 되고 있고, 불자이거나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초기불교, 석가모니 가르침보다 선사들의 ‘할’과 ‘방’에 더 찡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풍토를 위해서라도 선불교의 정신을 차근차근 일러줄 필요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역시나 ‘보살’이 주제입니다. 책에서는 보살이 세 가지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말하는데, 첫째는 지혜입니다. 둘째는 자비요, 셋째는 보시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떠나서 보살은 성립할 수 없다고 하는데, 특히나 ‘보시’에 대한 설명이 두드러집니다. 어쩌면 머리로 깨치는 것보다 몸으로 하는 행위가 그 사람을 좀 더 완성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상 앞에서, 두꺼운 논서를 통해서 ‘공’을 이해하면 뭣합니까? 뱃속에 ‘나’라는 생각이 잔뜩 들어 있는데 말이지요. 그러니 누구나 할 수 있는 보시라는 행위를 통해서 그 공을 체현해보자, 공을 두 발로 뚜벅뚜벅 밟아보자는 제안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책에는 보살의 자비심도 강조하는데 이런 말도 있습니다. 자비의 반대말은 ‘무자비’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요. 그리고 보살이 품어야 할 정신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저항정신’이라는 당부도 담겨 있습니다.

책은 나이든 독자를 배려해서인지 활자체도 아주 큼직합니다. 그리고 너무 장황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놓지도 않습니다. 큼직큼직하게 주제를 부려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불교가 보살로 살게 하는 길임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 책이 마중물이 되어 ‘서경수 읽기’ 운동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이나 교양강좌가 적당한 교재를 찾느라 늘 고민하는데, 이 책을 선택하면 괜찮겠다는 생각.

불교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불자인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은 깊이 있고도 쉬운 불교책을 선물하고 싶은 분들에게 저는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미령 cittalm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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