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그들은 왜 차디찬 동국(東國)에서 설을 맞아야 하는가

기사승인 2018.02.15  14:53:10

공유

공유하기

닫기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default_news_ad2

- [팟캐스트] 청소노동자 안복순, 민주노총 김선기, 동국대 사회학과 이재민 인터뷰

팟캐스트 바로듣기 클릭 (모바일 버전 전용)

귀향길이 분주한 설 연휴, 집에도 가지 못하고 차디찬 시멘트 바닥 위에서 명절을 나는 이들이 있다.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다.

설 연휴가 시작됐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혹은 휴가를 맞아 여행을 가기 위해 분주한 연휴기간, 집에도 가지 못하고 차디찬 시멘트 바닥 위에서 명절을 나는 이들이 있다.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다.

조계종 적폐청산과 청정종단 구현을 바라는 불자들의 팟캐스트 <자승자박 환경설정> 14일자 방송에 출연한 동국대 청소노동자 안복순 씨는 “나도 가정주부다. 그런데 농성 이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흘 이상 집에 못 갔다. (학교 측의 농성장 침탈이 우려돼) 명절에도 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한숨 쉬었다.

청소노동자 내모는 곳, 동국대와 연세대가 유일…모두 ‘종교사학’

동국대 청소노동자 안복순 씨.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듯,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시멘트 바닥 위에 담요 한 장 깔아놓고 18일(2월 15일 기준)째 파업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된 이후, 학교 측이 ‘재정 문제’를 이유로 정년퇴직한 노동자 8명 분에 대한 인원 충원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인원 감축이다.

연초에는 동국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사립대학이 입을 맞춘 듯 "청소노동자 인원을 충원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내부 반발과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고려대, 홍익대 등은 입장을 철회하고 대안마련에 나섰다. 현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학교는 동국대와 연세대가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불교사학, 기독교사학이다.

안복순 노동자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김선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교선국장은 “탄압이 시도된 곳은 모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있는 학교였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지면서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 아직 풀리지 않은 곳은 동국대와 연세대 뿐인데, 둘 다 종교계 사학 아닌가. 가슴이 아프다”고 답답해했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기존 인원을 충원해달라는 것 뿐입니다. 인원을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빈자리를 채워달라는 것인데…” 김 국장은 말끝을 흐렸다.

청소노동자들 곁에서 지지농성을 이어온 동국대 재학생 이재민 씨는 지난해 우리사회를 뒤바꾼 ‘촛불혁명’을 언급하며 “사회는 ‘함께 행복하자’고 말하는데 학교는 ‘밟고 일어설 것’을 종용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촛불혁명을 통해 확인한 것은 ‘함께 잘 사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입니다. 학교는 청소노동자를 충원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시급 15,000원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는데, 그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물론 학생들에게는 벗어나기 힘든 일종의 유혹이에요. 그럼에도 ‘더 이상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공감대가 학생사회에 넓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동국대 노동자가 아니다”는 말들에 대하여

학교 측 일부 관계자들은 현재 농성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더 이상 동국대 청소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한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측이 계약하는 용역업체의 하청 노동자. 노동자들이 파업한 이후 기존 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학교 측은 입찰을 통해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동국대가 새로 계약한 용역업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태가BM’이다. 노동자들은 이를 “인원충원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한 조처”로 보고 있다.

“기존 업체와는 1월 31일까지 근로 계약이 되어 있었어요. 1월 한 달간 인원충원을 요구해 온 우리는 계약 만료 이틀 전인 29일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동국대는 최근 세브란스 병원, 동국대 안암 병원에서 노조 파괴에 나선 것으로 악명 높은 태가BM과 새로 계약을 맺은 겁니다.”

김선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교선국장.

김선기 국장은 “뻔히 속내가 보이지 않느냐”며 분개했다. 동국대 노동자들은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노조파괴 기업 태가BM과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태가BM은 노동자들에게 ‘2월 7일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해고예고통지’로 해석하고 있다.

“몇몇 교직원들은 우리와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이제 여기 직원도 아닌데 왜 우리를 방해하느냐’는 말을 하더라고요. 법적인 것을 막 따지면서…”

학교 측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청소노동자들을 내쫓으려는 일부 교직원들의 말. 2012년부터 동국대와 인연을 맺고 지난 6년간 학교 구성원으로 일해 온 안복순 노동자의 가슴에 송곳처럼 박힌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목사 초청했다. 스님도 뵙고 싶다”

동국대에서 청소노동자 인원감축 문제가 불거진 지난 한 달, 사회의 일반 언론은 노동자 인권 문제에 주목했지만, 일부 불교계 언론은 노동자들의 ‘예배’에 집중했다. 지난 2월 4일 일요일, 노동자들이 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정진우 목사를 초청해 농성 중인 본관에서 예배를 본 것을 두고 ‘선을 넘었다’고 비판에 나선 것.

“불교를 비판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에요.”

안복순 노동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노동자들 중에 개신교인들이 꽤 있어요. 일요일인데 (학교 측의 농성장 침탈이 염려되어) 집에를 못 가고, 집에 못 가면 평소 다니던 교회에도 못 가니 목사님을 초청하는 것은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럼 목사님뿐만 아니라 스님, 신부님도 모셔서 모두가 각자의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김선기 국장은 “이런 게 공격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소리 높였다. “일요일마다 교회 가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는 개신교인들이 오죽하면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예배를 봤을지 그 원인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김 국장은 성토했다.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만 솔직히 우리 가톨릭 신자나 불자 분들은 매주 종교활동을 챙기지 않는 측면이 있잖아요. 물론 더 열심히 다니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요. 반면 개신교 신자들은 (일요일에 교회에 가지 못하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해요. 그래서 비신자(비 개신교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얻어 목사님을 먼저 초청한 겁니다. 그날 오신 정진우 목사님께서도 ‘내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지선스님을 모시고 있다. 나중에 이 곳에서 법회도 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정진우 목사는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국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이재민 씨.

이재민 씨는 “불교의 사회적 위신은 노동자들의 본관 예배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달린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예배가 정말 문제라면 빨리 인원을 충원하면 될 일이에요. 이분들은 학교 로비나 복도에서 종교활동 하고 싶겠어요? 그리고 불교 종단의 위신을 떨어뜨렸다? 저는 동국대 학생이고 졸업 이후에는 불교종립대학을 나왔다는 꼬리가 따라붙게 될 사람이에요. 그런 예배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행정 처리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 그 자체가 불교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겁니다.”

동국대에 ‘자비’ 호소하는 노동자들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 세계의 구현을 건학이념으로 한다.’

동국대가 내세우는 건학이념이다. 민족과 인류사회, 그리고 자연마저 포괄하겠다는 학교를 향해, 안복순 노동자는 “구성원에 대한 자비”를 호소했다.

“저희가 파업에 나선 이후 학교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더 이상 직원이 아니니 차를 빼라’는 것이었어요. 개인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분들도 차를 못 가지고 옵니다. 불교 하면 ‘자비’가 떠오르는데, 이게 자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총장님을 꼭 만나고 싶어요. 우리는 그저 우리 의견을 전달하고 싶을 뿐인데 왜 한 번도 만나주지 않는 것일까요? 돌아오는 20일이 졸업식이고 22일이 입학식입니다. 그때까지 (청소노동자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학교는 정말 엉망이 될 거에요. (파업을 하는) 우리도 학교가 걱정되는데, 정작 학교 측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

보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 <자승자박 환경설정>에서 확인 가능하다. 조계종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구현을 바라는 사부대중이 함께 만드는 팟캐스트 <자승자박 환경설정>은 PC버전  플레이어와 모바일 버전 링크 외에, 휴대폰 어플 '팟빵',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청취할 수 있다.

편집 신희권 정리 김정현

사진은 지난 2월 13일 동국대 본관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인원충원 촉구 시민사회 연대문화제 현장.

신희권 김정현 기자 budgate@hanmail.net

<이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불교포커스 기사를 후원해주세요
  •      

            
후원하기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커스TV 전체보기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