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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내모는 ‘젠트리피케이션’…조계종 너마저

기사승인 2018.01.16  11: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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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종로구 견지동 32-3 세입자 김성규 부산승복 사장ㆍ김용태 대흥당필방 대표

팟캐스트 바로듣기 클릭 (모바일 버전 전용)

세입자들이 건물 외벽에 내건 현수막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지역을 재생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주거 및 임대 비용이 상승해 원주민이 밖으로 내몰리고 중ㆍ상류층이 유입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각종 도시개발, 재개발 등이 주민들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관이 상식으로 자리하면서, 지역 공동체와 사람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만을 좇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조계종이 총본산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토지 및 건물 등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해 논란이다. 조계종 전법회관과 우정총국 사이에 위치한 견지동 32-3 필지를 조계종이 매입하면서, 수십 년째 장사를 해오던 세입자들이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6월 건물에서 나가야 될 형편에 처한 것. 해당 필지 매입이 일반 사인간의 매매가 아니라 국고 1,500억 원이 투여되는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 또 매입 주체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라는 점 등이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국고 1500억 투여했는데 사인간 거래?

팟캐스트 <자승자박환경설정> 1월 14일 방송 ‘핫이슈여깃슈’에 출연한 견지동 32-3번지 세입자 김성규 부산승복 사장과 김용태 대흥당필방 대표는 “조계종이 아닌 국가가 직접 토지를 수용할 경우 영업권을 보상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국가 예산이 투여됐기 때문에 건물 매매가 이루어진 것인데, 이를 사인간의 거래라며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총본산 성역화 사업이 국고보조를 통해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17억 원 상당의 영업손실 보상비가 책정되어 있지만 세입자들은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형남 변호사(법무법인 신아 대표)는 “보상 대상이 되는 세입자가 총 몇 명일 것이라 생각하나. 최소 100명은 넘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영업손실 보상비는 17억 원이 책정됐다. 보상비를 모두 세입자한테 지급한다 해도, 1곳 당 많아야 1700만원이 돌아갈 텐데 턱없는 금액이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세입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계종의 부동산 중개인이 ‘지급 권한’을 주장하면서 “세입자들에게 손실을 보상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김용태 대표는 “조계종의 부동산 중개업자가 찾아와 ‘사업보상비가 있지만 (자신들이)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들 마음대로 (지급)할 수 있다’고 하더라. 국가에서 책정한 보상비인데, 부동산 업자 개인이 우리 운명을 걸고 흔드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해당 업자와 이야기하지 않고 정부와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계종이 우리가 해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더라"

김성규 부산승복 사장.

세입자들은 방송에서 견지동 32-3 필지 매매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납득할 수 없는 금액에 계약이 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 건물주가 계약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는 것.

김성규 사장은 “평당 1억 2천만원으로 회자되던 건물이 갑자기 8천3백만원에 팔렸다. 건물주한테 들은 것도 아니고, 지난해 10월 경 조계종 측 부동산 중개인이 찾아와 ‘나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해 알게 됐다”면서 “그 정도 가격이면 우리 세입자들이 투자자를 끌어와 매입하겠다고 했으나 설득이 되지 않았다. 이유를 집요하게 묻는 과정에서 전 건물주가 ‘그쪽(조계종 측)에서 세입자들이 해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말을 하더라. 그게 무엇인지 알아야 우리도 제안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으나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연락을 끊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5억 배ㆍ보상? 부동산 업자가 부풀린 이야기”

조계종의 건물 매입이후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서 “세입자들이 수억 원의 배ㆍ보상을 요구하는 등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성규 사장과 김용태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 우린 그런 배ㆍ보상을 바란 적이 없다. 그저 장사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성규 사장은 “지난 11월, 부동산 중개업자가 찾아와서 ‘12월에 이주하면 이사비 정도 챙겨주겠다’고 말해 갈등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옆집 명가원 대표가 기가 차서 안 나가겠다는 뜻으로 ‘한 5억 이나 주면 나가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걸 부풀려서 소문을 내고 다닌다 하더라”라며 “우리는 정식으로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돈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장사를 할 수 있는 대체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게 가장 큰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자 말고 스님들과 대화하고 싶다”

김용태 대흥당필방 대표.

김용태 대표는 건물이 팔린 뒤부터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인간문화제 모필장이었던 시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3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문화 사업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는데 내쫓길 위기에 처하고 보니 “다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울먹였다. 김 대표는 “조계종은 부동산 업자 뒤에서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 스님들과 한 번 대화를 해보고 싶다. 진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마음을 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형남 변호사는 이번 사태의 근원적 책임을 정부에 물었다. 국비를 통한 토지매입을 허용한 그 자체가 위법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조계종의 토지매입은 애초에 정부가 돈을 대준다고 해서 시작된 사업이다. 이 과정에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함부로 토지매입비를 지원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아무리 조계종이 떼를 쓰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정부는 예산의 원칙과 법률을 지켜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증거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자승자박 환경설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계종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구현을 바라는 사부대중이 함께 만드는 팟캐스트 <자승자박 환경설정>은 위 플레이어와 링크 외에, 휴대폰 어플 '팟빵' 및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청취 가능하다.

방송편집 신희권, 정리 김정현

신희권 김정현 기자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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